매일신문

[사설] 인명 피해 초래한 포항 냉천과 같은 하천 전국에 널렸을 것

태풍 '힌남노'로 경북 포항 오천읍 주민 9명이 목숨을 잃었다.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한 원인으로 오천읍을 관통하며 흐르는 '냉천'이 도마에 올랐다.

주민들은 냉천이 폭우에 취약해진 원인으로 2012~2019년 실시된 하천정비사업을 지목하고 있다. 포항시는 '냉천 고향의 강 정비사업'을 통해 245억4천900만 원을 들여 8.24㎞ 구간에 대해 하천 재정비를 했다. 또한 2020년까지 1.8㎞ 구간의 냉천 하류를 재정비했고 18억6천만 원을 추가로 투입해 산책로와 조경, 운동기구 등을 조성했다. 그러나 이 사업으로 인해 하천 깊이가 얕아지고, 하천 폭이 줄고, 유속이 빨라지는 등 폭우에 취약해졌다는 것이 주민들 주장이다. 냉천 범람 위험이 있어 불안하다며 주민들이 수차례 시청 등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주민들 주장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하천 정비 전엔 범람하지 않았던 냉천이 정비 이후엔 범람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정비사업이 있기 전인 1998년 9월 태풍 '예니'가 포항을 강타했을 때 516.4㎜에 이르는 비가 내렸지만 냉천은 넘치지 않았다.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태풍 '매미' 때도 범람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비사업이 진행되던 2016년 태풍 '차바', 2018년 태풍 '콩레이', 2019년 태풍 '타파' 때엔 범람해 주민에게 피해를 입혔다. 이번엔 시간당 1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지자 냉천은 제방을 넘어 인근 아파트 단지를 덮쳐 인명 피해를 불러왔다.

냉천의 한계수량은 시간당 77㎜에 불과해 100㎜가 넘는 폭우가 내리면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었다. 주민들 주장처럼 냉천 정비사업이 되레 화를 부른 원인이 됐는지 면밀히 조사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 변화로 짧은 시간에 폭우가 내리는 일이 갈수록 빈번해지고 있다. 냉천처럼 폭우에 취약한 하천이 전국에 널렸을 것이다. 전수 조사를 통해 폭우에 취약한 하천을 찾아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포항의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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