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시민 휴게시설 된 수성못에 부당이득금 달라는 한국농어촌공사

수성못을 두고 지자체와 공공기관 사이에 사용료·재산세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일명 '수성못 소송'이다. 2018년 수성못의 소유주인 한국농어촌공사가 대구시와 수성구청을 상대로 20억 원이 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작된 공방이다. 최근 수성구청이 농어촌공사에 5년치 재산세 부과 결정이라는 맞불을 놓으면서 크게 번지는 모양새다.

농어촌공사의 재산권 행사를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애당초 사라진 농업용수 기능 대신 관광과 휴게 목적으로 키운 건 대구 시민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의 발길이 잦아지자 관공서가 나서 둑 주변에 나무를 심고, 마사토를 깔고, 목재 데크를 놓은 것이다. 수성못은 민관의 중지가 모여 새로이 만들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2020년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야간 관광 100선'에 이름을 올린 것도 시민들의 애정 덕분이다.

설령 농어촌공사가 승소해도 온전한 승리로 보기 어렵다. 대구 시민의 혈세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시민들을 상대로 수성못 이용료를 받겠다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닌 이유다. 무엇보다 시민들이 공감하기 힘든 소송전을 이어간다면 여론전에서 패퇴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미 농어촌공사가 전국적으로 제기한 소송 건수도 적잖다. 제소 건수가 올 상반기에만 52건, 2018년부터 헤아리면 564건이다. 매년 100건 이상이다. 규모가 훨씬 큰 공공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와 견줘도 제소 건수가 많다.

전남 순천 조례저수지 임차료 관련 소송도 닮은꼴이다. 순천 시민들이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 거센 비난에 직면한 바 있다. 도리어 순천시에 농어촌공사가 관리료를 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여론이었다. 농어촌공사의 요구에 시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는 수성못도 마찬가지다. 이참에 농업용수로서의 효용성을 완전히 상실한 곳은 무상 임대가 가능하도록 관련 법이 개정될 필요도 있다. 쾌적한 쉼터로 원활히 기능하는 공공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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