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룬 '2022 프리즈 서울 & 키아프'가 이달 초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Frieze)와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KIAF)가 동공 개최한 아트페어로 양측 모두 7만여 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주최 측은 올해 판매액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프리즈는 6천억원, 키아프는 65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미 보도된 것처럼 해외 유명 갤러리들은 개막 1시간 만에 시가 100억원 상당의 작품들을 판매하기도 했다. 프리즈 서울은 아니쉬 카푸어, 안토니 곰리, 게오르그 바셀리츠와 같은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피카소, 에곤 실레와 같은 작품들을 소개하며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해외 갤러리 대다수는 행사의 열기와 판매액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내년 행사를 기약했다고 한다.
반면 관람객 대다수는 프리즈를 보다가 지쳐서 키아프는 못 가겠다는 말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키아프는 매출액 부분에서 지난해와 비교해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하지만 키아프는 프리즈의 공동 개최라는 이슈를 통해 대중에게 크게 어필했다고 생각한다. 동시에 대중의 쏠림현상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어찌 보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국내 컬렉터들의 취향이 더욱 견고해져야 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인상주의 미술, 초창기 인상파 미술작가들의 작품은 지나치게 전위적이어서 당시 소장가나 대중의 환심을 사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월이 흘러 대중에게 가장 인기 있는 미술 사조가 된 것처럼 진취적인 예술가들의 행보나 표현방법이 바로 초기에는 낯설게 느껴지지만, 이후에 중요한 미술 사조나 흐름으로 자리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공공기관 못지않게 개인 컬렉터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세기의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은 당시에는 인기 없었던 초현실주의 미술이나 입체주의 미술작품을 전쟁 중에 미국으로 가져가 뉴욕 구겐하임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나름의 방향성을 가지고 작품을 소장하는 컬렉터들이 상당히 많다. 매체에 국한되지 않고 동시대미술의 다양성을 확보하면서 본인의 취향을 엿볼 수 있는 프랑스 소장가 앙투안 드 갈베르의 작품은 무려 3천점이나 된다. 2018년 대구사진비엔날레에도 소개된 '바쉴로 켈렉션'은 20세기 초 사진 미술의 흐름을 엿볼 수 있는데 브라사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와 같은 프랑스 사진작가들의 작품은 물론, 1950년대 컬러사진의 선구자인 미국의 사울 레이터의 작품, 미국 사회의 후미진 곳을 기록한 루아스 하인의 작품들과 대공항 시대의 미국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도로시아 랭의 작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들 소장가는 작품만 소장한 것이 아니다. 시대를 기록하고 예술가의 정신과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는 것이다. 지난해 이건희 컬렉션으로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처럼 앞으로는 소장가들의 역할도 주목받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유명작품이 좋다고 미술관이나 고(故) 이건희 회장처럼 고가의 작품을 소장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름의 맥락을 가지고 다른 소장가와는 다른 나만의 컬렉션을 구축하는 것은 가능하며 가치 있는 일이 될 거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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