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방문하는 지역. 중국에 이은 한국 제2의 교역 대상. 여기에다 쌀국수, 팟타이, 월남쌈 등 한국인에게 친숙한 먹을거리까지. 모두 동남아시아와 관련된 얘기다.
이처럼 한국과 동남아는 여러 방면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동남아에 대해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관심 부족 때문일 수도 있지만, 동남아는 한마디로 규정할 수 없는, 그야말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남아엔 모두 11개국이 있다. 이 가운데 동티모르를 제외한 10개국이 동남아시아국가연합인 아세안(ASEAN)을 결성해 지역적 정체성을 공유하며 협력하고 있다. 대부분 넓은 영토에 민족 구성도 복잡한데다 언어와 문자, 종교, 문화 등이 다양해 '동남아'란 단어로 쉽게 일반화하기 힘들다.
'키워드 동남아'는 서강대 동아연구소 연구자들이 30개의 키워드로 동남아를 쉽게 풀어낸 책이다. 정치학·역사학·인류학·미술사 등을 전공한 각기 다른 동남아 연구자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동남아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바나나 머니'는 제국주의가 동남아에 미친 영향을 잘 보여주는 키워드다. 동남아는 고온다습한 기후 덕분에 바나나 등의 작물 재배에 유리했는데, 이는 제국주의 세력이 동남아에 주목한 이유 중 하나였다. 일본도 동남아에 식민지를 건설해 점령 시기에 '바나나 머니'라는 식민지 화폐를 발행했지만, 1945년 일본이 패망하며 '바나나 머니'가 휴지 조각이 되자 현지인들은 큰 손해를 입었다. 이런 경험은 그들에게 어떤 제국도 동남아와 운명을 함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했고 독립과 건국, 내셔널리즘의 자각으로 이어졌다.
널리 알려진 '신드바드의 모험' 이야기엔 황금을 둘러싼 문명교류사가 숨어 있다. 신드바드는 고향인 아라비아반도 소하르에서 출발해 인도를 거쳐 동남아로 가는데, 그것은 '열대', '원시' 등 오늘날 이미지와는 달리 과거의 동남아가 '황금의 땅'으로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많은 이들이 황금을 찾아 동남아로 향했고, 특히 인도인들의 이주는 '동남아의 인도화'로 불릴 정도로 거대했다.
이처럼 동남아의 역사·문화·정치를 망라한 다양한 키워드를 따라가다 보면, 그동안 몰랐던 동남아의 새로운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순서에 상관없이 관심이 가는 키워드를 뽑아서 한 꼭지씩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332쪽, 2만1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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