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중기의 필름통] 국내 영화 대세 극장가에 개봉한 외화 두 편

사자와의 사투 그린 재난물 '비스트'…프랑스 밀실 스릴러 '9명의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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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9명의 번역가'의 한 장면. ㈜이놀미디어 제공

현빈과 유해진의 '공조2'(감독 이석훈)가 제대로 터졌다. 개봉 6일 만에 손익분기점인 300만 명 관객을 돌파하며 파죽지세로 치닫고 있다. 추석 연휴 나흘간 283만 명을 동원해 압도적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이 숫자는 전체 관람객의 76%에 해당되는 것이다. 비싼 영화 관람료 때문에 볼만한 영화에 몰리는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당분간 독주를 할 것으로 보인다. 2위인 '육사오'와 3위의 '헌트' 등 일단 극장가는 한국영화가 대세다.

그 틈바구니에 프랑스 밀실 스릴러 '9명의 번역가'(감독 레지 루앙사르)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사자와 사투를 그린 미국 동물 재난 영화 '비스트'(감독 발타자르 코루마쿠르)가 이번 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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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9명의 번역가'의 한 장면. ㈜이놀미디어 제공

'9명의 번역가'는 철저하게 밀폐된 곳에서 번역 중인 소설이 유출되면서 벌어지는 심리전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세계에서 선발된 9명의 번역가가 프랑스 파리의 한 저택 지하벙커에 모인다. 두 달 동안 갇혀 세계적인 스릴러 베스트셀러 '더덜러스'의 최종편을 각국 언어로 번역을 하게 된다. 휴대폰 등 모든 통신기기는 사용이 금지. 소설의 내용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편집장인 에릭(램버트 윌슨)에게 한 통의 메일이 도착한다. 돈을 주지 않으면 책의 첫 10장을 인터넷에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에릭은 유출한 범인이 밀실인 이 벙커 안에 있다고 판단해 번역가들을 추궁한다. 그 사이 책의 일부가 공개되고, 범인은 보란 듯이 다음 100장을 공개하겠다고 선언한다.

'9명의 번역가'는 실화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영화다. '다빈치 코드'로 4천500만부를 판매한 댄 브라운의 신작 '인페르노'의 출판비화가 그것이다. 원작의 유출을 막기 위해 각국의 번역가들을 이탈리아 밀라노의 모처에 감금해 작업했다. 당시 11명의 번역가가 지하벙커에 갇혔다는 기사를 본 레지 루앙사르 감독이 이를 토대로 '9명의 번역가'를 구상했다.

서로 다른 말을 쓰는 번역가들이 극도의 스트레스 속에 서로를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서스펜스가 극적 재미를 선사하는 영화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 반전과 범인을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고전 추리를 즐기는 관객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소재이다.

'007 퀀텀 오브 솔러스'의 올가 쿠릴렌코가 러시아 번역을 담당하는 카트리나 역을 맞아 매력을 뽐낸다. 105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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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스트'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비스트'는 '우리 사이의 거대한 산'(2017)의 이드리스 엘바 주연의 영화다. 딸 둘을 데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사파리 여행을 갔다가 악마처럼 흉포한 사자의 습격을 받는 아버지로 나온다.

뉴욕에 사는 의사 네이트(이드리스 엘바)는 십대 딸 메러디스(이야나 핼리)와 노라(레아 제프리스)를 데리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곳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아내의 고향이었기 때문이다.

두 딸은 아빠에게 서운하다. 암이었던 엄마를 무책임하게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네이트는 별거 이후 엄마가 발병했다며 딸들을 설득하지만 아이들은 쉽게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 이 여행은 이런 앙금을 모두 없애기 위한 것이다.

편한 마음으로 사파리를 즐기던 이들은 주민들이 떼죽음을 당한 마을을 목격한다. 먹이가 아니라 죽이기 위해 인간을 노린 것이다. 밀렵으로 인간을 증오하게 된 한 수컷 사자의 소행이다. 곧이어 이들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꼼짝없이 지프에 갇혀 사자의 공격을 받는다.

'비스트'는 도시에서 온 남자의 가족이, 밀렵꾼들에게 가족을 잃은 분노의 사자와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휴대폰은 물론이고 무전조차 터지지 않는 고립된 지역에서 사자의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지키기 위한 목숨을 건 싸움이 영화의 전부다. 영화의 러닝타임은 1시간 30분으로 비교적 짧다.

사자의 공격이 이어지는 순간은 잠시 긴장하게 되지만, 30년 전이라면 모를까 가공할 공포의 생명체들이 스크린을 장악하고 있는데, 한 마리 외로운 사자라니 재난으로 실감하기 어렵다. 거기에 두 딸을 포함해 등장인물들의 공포 연기가 사실적이지 않고, 배우들의 행동 또한 사이다 없이 고구마를 먹는 맛이다.

감독은 제이크 질렌할 주연의 '에베레스트'(2015)를 연출한 아이슬란드 출신의 발타자르 코루마쿠르이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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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비스트'의 한 장면.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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