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책이라…. 기존에 서평을 했던 책들과는 내용 구성이나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낯설지만 색다르다. 이것이 기자가 이 책을 '픽'(pick)한 이유다.
무대는 핀란드. 우리에겐 공교육의 로망으로, 세계적으로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로 신망받고 있다. 최근엔 세계 최연소 총리인 신나 마린의 '광란의 파티 논란'으로 때아닌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지은이는 안애경 큐레이터로, 이 책은 2009년 출간해 세간의 관심을 받았던 '핀란드 디자인 산책'의 개정판이다. 지은이는 한국과 핀란드를 오가면서 전시를 기획하는 한편 핀란드로 대표되는 북유럽의 디자인과 건축, 예술, 교육 등을 소개하는 데 힘을 쏟아왔다.
지은이는 책 제목처럼 산책하듯 서술하고 있다. 그가 겨울밤 산책길에서 마주한 첫 번째 건물은 '헬싱키 시립극장'이다. 매혹적인 푸른 빛의 거대한 얼음덩이를 보는 느낌이다. 헬싱키 시 도시계획의 하나로 주요한 공공 건축물에 절제된 빛을 입힌 결과물 중 하나라고 한다. "한겨울 코끝이 시리도록 차가운 날, 인간이 흉내 내지 못할 파란 빛이 세상을 물들일 때가 있다. 디자이너는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그 파란 순간을 일상 속 디자인으로 옮기는 작업에 몰두한다." 지은이는 이렇게 표현했다.
겨울 철새들의 갖가지 동작과 깃털 사이를 관찰해 탄생한 '이딸라' 유리 작품에도 주목한다. 이 작품의 대가 '오이바 또이까'가 소개된다. 오이바 또이까의 작품은 이딸라 유리 작업을 하는 '누따야르비'라는 마을에서 만들어진다. 새들이 갖는 특유의 몸짓과 표정은 유리 재료의 투명함에 담겨 더욱 절제된 형상으로 표현된다.
'뗌펠리아우끼오 교회'(암석 교회)는 마치 방공호를, 얼핏 보면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독특한 디자인의 건물이다. 거대한 암석의 속을 파내고 그 위에 구리로 돔 형태의 지붕을 얹어 세웠다. 교회지만, 입구에서 보면 그 어디에도 교회같은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헬싱키에서 가장 번화한 지역에 있는 '깜삐 채플'에 대해서도 소개돼 있다. 잠시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로 '침묵의 예배당'으로도 불린다. 내부와 외벽 모두 핀란드에서 생산돼 잘 가공된 나무로 지어졌다. 천장에서 비추는 자연광선은 정제된 나뭇결을 타고 내려와 작은 촛불을 만나고, 정적이 감도는 순간을 경험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이번 개정판에는 깜삐 채플 외에 ▷에코 디자인 ▷헬싱키 중앙도서관 '오디' ▷사우나 ▷크리스마스 등의 이야기와 사진들이 추가됐다.
이 책은 디자인 책이지만 딱딱하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지은이가 발품을 팔아 마치 도보 여행을 하듯 보고 느낀 점을 써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한 권의 여행책을 읽는 듯 하다. 풍부한 사진과 설명도 흥미도를 높인다. 책을 얼추 읽노라면 아기자기한 북유령풍 소품을 하나 가진 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333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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