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차별’ 직격탄 맞은 지역 차 부품업계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통과되면서 현대차·기아의 전기차가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IRA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미국에서 한국산 전기차 가격만 올리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 만나 "현대차를 배려하겠다"라고 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에 서명한 것은 현대차의 뒤통수를 친 것이나 마찬가지다.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산 전기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대구 업체도 현대차·기아의 미국 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면 매출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IRA 통과로 한국산 전기차는 매년 약 10만 대의 수출 차질이 우려되고, 국내 1만3천 개 부품업체도 어려움에 부딪힐 전망이다. 대구 미래차 전환 종합지원센터가 IRA 통과 직후 지역 1차 부품업체 24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걱정스럽다. 응답 기업 중 현대차·기아 납품 13개사는 전체 생산 품목 중 전기차 부품 비중이 높지 않아 당장은 위기가 아니지만, 단기적인 매출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른 지역 업체들도 상황이 장기화하면 국내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져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내연기관 중심의 차 부품 기업은 전기차 등 미래차로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역 차 부품업계가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중고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또 다른 악재가 터진 것이다. 정부 통상 외교 부재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불만을 쏟아내기보다는 현실적인 대책을 찾아야 할 때다.

자동차산업은 대표적인 수출산업으로 대외 리스크에 매우 취약하다. 현대차·기아에 의존도가 높은 지역 기업은 IRA와 같은 이슈가 터지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역 부품사가 미국 공장을 설립하는 등 수직 계열화된 납품 구조를 다양화하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성장 모멘텀을 마련하는 게 시급하다. 대구시의 역할도 중요하다. 지역 업체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정부에 건의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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