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정부의 재난지원금, 공공부조금 성격 살려 현실화해야

현실과 동떨어진 정부의 태풍 피해 지원금에 이재민들이 냉가슴만 치고 있다. 피해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적은 액수인 탓이다. 부지깽이도 나와서 도우면 얼싸안고 싶을 만큼 작은 도움에도 마냥 감사해하는 포항 시민들이다. 그러나 이재민들의 트라우마 극복과 재기를 기대한다면 이래서는 곤란하다. 눈앞에서 가산이 휩쓸려가고 물에 잠기는 걸 지켜본 이들의 무기력감을 씻겨주고, 재기 의지를 북돋워줄 시스템 구축은 다름 아닌 정부의 역할이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은 침수 주택 피해 지원 상한액을 가구당 200만 원으로 묶어뒀다. 의연금도 100만 원이니 최대 300만 원이다. 언 발에 오줌 누기다. 도배와 장판 교체는 물론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도 새로 들여야 하는 판국에 200만~300만 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현장을 둘러본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정부의 자연재난지원금 200만 원으로는 도배조차 할 수 없다"며 답답해했던 이유다.

포항의 태풍 피해 복구 작업은 진행형이다. 포항시는 복구 대상을 3천 가구 정도로 추산한다고 한다. 아직도 진흙 냄새가 배어 방안 가득 곰팡이로 얼룩진 곳이 수두룩하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지만 대한민국 산업의 근간인 포항제철소 고로마저 멈춰 선 마당에 향후 수습 과정을 낙관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역경의 시기마다 뭉칫돈을 내놓던 향토 기업들도 피해가 컸던 탓이다. 범정부적 도움이 절실하다고 보는 배경이다. 그런 만큼 정부의 재난지원금 상한액도 현실성 있게 바로잡혀야 한다.

지난 3월 울진 산불로 집을 잃은 이들을 지켜본 대구경북이다. 이재민들이 망연자실한 눈빛으로 주저앉는 건 결코 연출된 게 아니다. 집이 재난에 훼손된 걸 재산적 가치의 멸실로만 보는 건 단편적 시선이다. 악몽은 상흔에서 재현되기 때문이다. 삶의 터전이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잉태된 것이다. 고통은 흔적이 보일 때마다 아물지 않고 반복된다. 힘내라는 응원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현실이다. 재난지원금을 공공부조의 성격으로 봐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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