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 33초'로 유명한 작곡가 ‘존 케이지’ 음악 만난다

대구콘서트하우스 기획 존 케이지 탄생 110주년 기념 공연…16일 그랜드홀

존 케이지. 매일신문 DB

1952년 8월 29일 미국 뉴욕 주 우드스톡의 야외 공연장. 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튜더가 걸어 나와 피아노 앞에 앉았다. 그는 피아노 뚜껑을 닫고 열기를 반복하더니 정확하게 4분 33초 뒤 자리에서 일어섰다. 피아노 소리는 없었다. 전위음악가 존 케이지의 '4분 33초'가 발표되는 순간이었다.

아무 연주도 하지 않은 피아니스트는, 사실 충실히 악보를 따랐다. 1악장 33초, 2악장 2분 40초, 3악장 1분 20초로 짜인 곡의 악보엔 음표는 하나도 없고 'TACET'(침묵)이라고만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연주자는 각 악장에 맞춰 피아노 뚜껑을 여닫았던 것이다.

관객들은 피아노의 침묵 속에 무언가를 듣긴 들었다. 나무 옆을 스치는 바람 소리, 갑자기 튀어나온 기침 소리, 웅성거리는 소리…. 이처럼 우연하게 빚어지는 자연스러운 소음도 음악일 수 있다고 존 케이지는 생각했다. 연주시간 동안 현장에서 우연히 발생하는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고, 우연의 불확실성으로 관객이 어떤 음악을 듣게 될지 알 수 없는 게 이 작품의 핵심이다.

이처럼 매우 독창적인 음악 활동을 한 것으로 유명한 미국 현대음악 작곡가 존 케이지(1912~1992)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연주회가 대구서 열린다. 대구콘서트하우스가 존 케이지 탄생 1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무대다. 16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에서 열린다.

'4분 33초'를 비롯해 '풍경 속에서', '물의 걸음' 등 존 케이지가 남긴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관객은 객석이 아닌 무대 위에서 그의 음악을 느낄 수 있다. 다양한 소리와 퍼포먼스로 이루어진 곡, 연주와 무용이 어우러진 무대 등 쉽게 접하지 못했던 음악들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다는 게 대구콘서트하우스 측 설명이다.

작곡가 권은실이 예술감독을 맡고 김지혜·이강원·송정민(바이올린), 박소연(비올라), 이언(첼로), 김보혜·박효신(타악기), 이다영(피아노) 등이 연주한다. 이희주(퍼포먼스), 서희재(무용) 등도 함께 무대를 꾸민다. 관람료는 1만원. 초등학생 이상 관람가. 053-250-1400.

예술감독 권은실.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