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건희 특검법’ 반론에 169석 거대 야당의 ‘집단 괴롭힘’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하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에게 한 말이 세간에 회자한다. 기가 막힌다는 여론이다. 그는 "조 의원이 어떻게 해서 국회에 들어오게 됐는지 한 번 되돌아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까지 역임한 이가 한 말이라고는 믿기 힘들 만큼 치졸하다. 상전이 아랫사람에게나 말할 법한 표현이다. 삼자가 듣기에도 거북스럽다.

민주당은 특검법에 반대한 조 의원을 탓한다. 조 의원만 특검법에 찬성해 주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 처리 안건)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마당에 조 의원이 반대를 고수하니 민주당이 보기에 괘씸할 만하다. 지난 총선에서 조 의원은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는 것이다. 누구 덕분에 국회의원이 된 줄 모르느냐는 식이다. 민주적 절차로 운영되는 정당인지 의심스럽다. 국회의원의 정치 활동을 조직폭력배의 상하 관계로 인식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이견을 비판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저의가 매우 불순하다. 이야말로 양두구육이다. 민주라는 이름을 달고 민주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동료 의원을 압박하고 있다. 조 의원도 이를 두고 "민주당의 무서운 집단주의 발현"이라고 꼬집었다. 특검법 추진은 민주당 의원 전원의 일체적 당론이었다. 169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집단 괴롭힘'으로도 읽힌다. 조 의원은 특검법과 관련한 입장을 숱하게 밝힌 바 있다. 그는 SNS에 "특검법 추진에 반대한다. 특검이 추진된다면 모든 민생 이슈를 잡아먹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그간 여러 차례 민주적 절차와 소통을 강조해 왔다. 그랬던 정당이 태세 전환 방식으로 소수의견을 짓밟는 쪽을 택했다. 다 그런 거라며 우리 정치의 현실로 넘기기엔 모욕감이 크다. '윤석열 정권 정치 탄압 대책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내세운 이의 겁박이 어떤 정치 탄압 못지않게 국민들에게 전해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민주당은 이런 방식이 의정 활동에 도움이 될는지 자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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