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가 낳은 아동문학가 윤복진 소장품 기증…일제강점기 문화예술의 재발견

유족이 대구시에 일괄 기증…문화예술인 활동상 담은 자료
윤복진 육필자료 비롯, 박태준·홍난파·현제명 악보, 희귀 책자 등 확보

윤복진 유족들이 대구시에 기증한 동요곡보집인
윤복진 유족들이 대구시에 기증한 동요곡보집인 '물새발자옥'(1939년). 화가 이인성이 표지화를 그렸다. 대구시 제공

근대 대구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상을 알 수 있는 자료 350여 점이 대구시에 대거 기증됐다. 일제강점기 작사가이자 아동문학가로 활약한 윤복진(1907~1991)의 유족이 소장했던 자료들이다.

19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번 기증 자료에는 육필 노트, 필사 악보 등을 비롯해 ▷박태준 작곡, 윤복진 작사, 이인성 표지화로 만든 '물새발자옥'(1939) ▷윤복진이 펴낸 '동요곡보집'(1929)과 '초등동요유희집'(1931) ▷'현제명작곡집'(1933) 등 1920~1940년대 악보집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 가운데 '동요곡보집'은 1920년대 이름난 작사·작곡가들의 곡 35곡이 수록됐지만, 그간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던 귀한 자료다.

또 1938년 대구공회당에서 열린 제1회 신인가수선발콩쿠르 결선 프로그램 등의 공연 팸플릿과 '어린이', '아동', '음악평론' 등의 잡지나 무영당 광고지 등 당대 문화예술계를 엿볼 수 있는 자료들이 확보됐다.

특히 1936년 발행된 우리나라 최초의 월간 음악 평론잡지 '음악평론' 4월호, 1946년 창간된 아동잡지 '아동' 창간호에는 윤복진의 평론과 동요가 각각 실려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부분의 자료에는 윤복진의 친필 사인이 적혀 있으며, 그 외 윤복진의 습작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친필 노트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기증된 자료들은 일제강점기 때 대구를 중심으로 활동한 문화예술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 의미가 크다.

대구 출신의 윤복진은 일제강점기와 해방기를 통틀어 윤석중과 함께 최고의 아동문학가로 평가받는다. 일제강점기 우리말로 된 시와 노래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민족정신을 잊지 않도록 하는 '소년문예운동'을 추진한 것으로 유명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대구소년회 소년단원으로도 활동했으며 대구사립희원보통학교와 계성학교, 일본 호세이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청년시절 윤복진. 대구시 제공
청년시절 윤복진. 대구시 제공

1925년 윤복진은 10대 후반의 나이에 방정환의 추천으로 '어린이'를 통해 등단한 뒤, 윤석중, 서덕출, 신고송 등과 함께 동인 활동을 하며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후 박태준, 홍난파, 박태현, 정순철 등 당대 유명 작곡가들이 윤복진의 가사에 곡을 붙이면서 더욱 인기를 얻었다.

"울밑에 귀뚜라미 우는 달밤에, 기럭기럭 기러기 날아갑니다"로 시작하는 윤복진의 '기러기'는 박태준이 작곡한 유명 동요 '가을밤'의 원작이기도 하다.

박태준과는 4권의 동요집을 함께 낸 윤복진은 김수향, 김귀환, 파랑새 등의 필명으로, 작사 활동 외에도 음악 평론, 영화와 무용 평론 활동도 활발히 하며 다방면에 재능을 뽐냈다. 또 화가 이인성과 김용조, 무영당백화점 창립자 이근무 등과도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1950년 한국전쟁 중 월북으로 잊힌 윤복진은 1988년 해금 조치 이후 학계에서 점차 조명하는 예술가이기도 하다.

윤복진이 작사한 기럭이 악보(1929). 대구시 제공
윤복진이 작사한 기럭이 악보(1929). 대구시 제공

박희준 대구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유족이 오랜 세월 소중히 보관하시던 자료들을 대구시에 기증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자료를 통해 일제강점기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의 예술인들이 교류한 이야기를 찾아내 훌륭한 문화적 자원으로 재창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학술 세미나와 전시를 열고, 청년예술가들과 시민, 그리고 연구자들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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