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청라언덕] 흠뻑쇼와 대구스타디움

장성현 사회부 차장

13일 오후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가수 싸이 콘서트
13일 오후 수성구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가수 싸이 콘서트 '싸이흠뻑쇼 2022'를 찾은 관객들이 보조경기장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장성현 사회부 차장
장성현 사회부 차장

대구 중구 포정동 중앙상가와 무궁화백화점 인근. 산뜻한 간판과는 다소 이질적인 오래된 점포가 줄 지어 있고, 지하 콜라텍에서는 쉴 새 없이 트로트가 흘러나온다. 상가에 가까이 다가서면 고기 삶는 국물 냄새가 진동한다.

오가는 행인들은 적지 않지만 MZ세대 취향과는 거리가 먼 동네다. 한때는 대구에서 손꼽히는 번화가였지만 시간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한, 오래된 도심의 전형이다.

얼마 전, 상가 안에 자리 잡은 돼지국밥 가게를 찾았다. 그런데 분위기가 예전과는 좀 달라졌다. 정오를 앞둔 시간인데도 가게 앞 좁은 복도에 손님들이 줄 서 있었다. 기다리는 손님은 대부분 20, 30대였다.

이 가게에 있는 테이블은 모두 14개. 이 중 10개 테이블에 젊은 손님들이 앉아 있었다. 이 가게에 젊은이들이 들어차기 시작한 건 가수 성시경의 유튜브 채널 '먹을텐데' 덕분이다.

'싸이 흠뻑쇼' 콘서트가 열리던 지난달 13, 14일 게스트로 출연한 성시경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이 가게와 북구의 생고기집을 대구 맛집으로 소개했다. 대형 공연이 지역 상권 구석구석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

올해 싸이 흠뻑쇼도 대박을 쳤다. 이틀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번 공연의 유료 관람객은 5만7천여 명. 매출액은 76억 원으로 추산된다.

싸이 측이 대구스타디움 대관료로 지급한 금액은 티켓 판매 금액의 5%인 3억8천만 원에 달했다. 여기에 전기요금과 수도요금 등을 포함해 대구시는 4억1천300만 원의 수입을 올렸다.

대구스타디움의 연간 유지비로 50억 원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유지비의 8%가 이틀간의 공연으로 채워진 셈이다. 이 콘서트를 찾은 관람객 중 53%가 타 지역에서 왔으니 수만 명의 외지 관광객을 대구로 끌어들이는 효과도 거뒀다.

6만6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종합경기장인 대구스타디움은 국제 대회 외에는 딱 부러지는 활용 방안이 없다. 올해 대구스타디움의 대관 건수는 모두 28건. 대관료로 5억3천800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전체 대관료 수입 중 5억2천900만 원을 DJ페스티벌과 워터밤 공연, 싸이 흠뻑쇼 등 3개 공연에서 거둬들였다.

2014년 개관한 대구육상진흥센터도 상황은 비슷하다. 올해 육상진흥센터의 대관 건수는 28건이지만 대관료 수익은 700만 원이 고작이다. 725억 원이 투입된 대구육상진흥센터는 연간 15억 원의 유지비가 든다. 육상진흥센터에서 열린 육상대회는 2021 마스터즈육상경기대회가 전부였다.

이 같은 현실은 대구스타디움과 육상진흥센터의 활용 방안을 찾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연간 수십억 원의 유지비를 감당하려면 공연장 활용 등 보다 적극적인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당분간 대구에서 예정된 대규모 국제 대회가 없다. 그렇다면 운동장의 천연잔디를 인조잔디로 교체하고 각종 공연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법도 있다.

철옹성처럼 경기장을 둘러싸고 있는 높은 철제 울타리를 철거하고 바닥 분수를 설치해 시민들의 휴식 공간으로 바꿀 수도 있다.

5천 석 규모인 육상진흥센터도 공연장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대구에 5천 석 규모의 실내 공연장이 드물고, 음향 상태가 전시·컨벤션 용도인 엑스코보다 훨씬 낫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대구스타디움과 육상진흥센터는 대구의 중요한 체육 자산이다. 그러나 이들 시설이 그저 '거대한 구조물'로 남지 않으려면 발상의 전환과 혜안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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