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국가교육위 지각 구성

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홍진옥 전 인제대 교수

'레드퀸 효과'(Red Queen Effect) 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이 한 말에서 비롯된 것으로, 아무리 달려도 주변을 앞서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빨리 달려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런 붉은 여왕의 교훈을 잊은 것일까. 국가교육위원회(이하 국교위)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

세계를 선도하는 교육 개혁을 하려면 국교위 위원은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추어야 한다. 첫째,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적폐인 패거리 추천 문화를 버려야 한다.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동네 반장을 추천해도 자기 패거리 사람만 추천한다. 지금 국교위 구성이 지연되는 이유가 혹시 자기네 패거리 후보자를 추천하고 자기 패거리 인물을 밀어붙여 임명되게 만들려는 추천 단체끼리의 갈등 때문은 아닐까. 그렇게 추천한 사람을 청문회 패싱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기니 국교위 위원 임명이 자꾸 지연되는 것은 아닐까.

지난 교육감 선거에서 어떤 후보는 학력 신장을 위한 방법으로 AI를 도입하여 맞춤형 지도를 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나 필자가 최근 인근 80개 학교 교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벌인 현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AI는 학생들 학력 부진 요인인 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하므로 교사가 학생의 문제점을 진단하여 가르치는 것이 더 효과적인 학력 신장 방법이라고 응답했다(88%).

미국은 각료 임명을 할 때 철저하게 그 분야의 전문성을 본다. 한국 사회는 어떠한가. 인재를 등용할 때 개인의 능력보다 자기 패거리 소속 사람을 먼저 추천한다. 현재의 능력을 보는 대신 과거 화려한 스펙이나 감투 경력부터 살펴본다. 중요한 것은 만일 국교위 위원장이 과거 정권 때 높은 직책을 수행했던 사람이라면 정치적 중립성, 즉 헌법 31조에서 명시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 어긋난다.

왜 여러 직책을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가. 현장 내공을 가진 교사 출신이면 안 되는가. 물론 유능한 사람이 여러 가지 직책을 동시에 수행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정당에 휘둘리지 않는 정책 수립을 위해서는 중립성을 지녀야 하고, 국민이 필요한 교육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을 잘 아는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필자의 현장 실태조사에서 현장 교사들의 가장 큰 바람은 현장 실태를 모르는 밀어붙이기식 교육 정책 남발을 이제는 그만두어야 한다고 응답했다(98%). 과거 정권의 '대입 제도 개편' 실패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특히 전문성이란 오랫동안 학교 현장 근무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내공이다. 이런 전문성은 교육 정책 수립을 결정하고 판단하는 바탕이 된다. 미래는 교과서, 교수 학습 방법, 교육 체계 전반에 걸쳐서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된다. 따라서 국교위 위원장은 과거 교육의 관습과 국민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설득시켜 나가야 하는 일도 해야 하므로 더욱더 개혁적인 사고와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야 한다.

특히 국교위의 핵심 역할이 ▷10년 단위의 중장기 국가 교육 발전 계획 수립과 모니터링 ▷국가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 수립 ▷시급한 교육 현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이므로 국교위 위원들은 현장을 잘 아는 전문가여야 한다. 과거 적폐인 패거리 추천 문화를 버리고 능력과 전문성을 가진 인재를 선발해야 한다. 그리고 혁신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방식으로 전환해야 붉은 여왕의 교훈처럼 세계의 변화에 뒤떨어지지 않는 교육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