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오페라 연출가 플라멘 카르탈로프 “한국 오페라가수 음색, 경이로운 수준”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23일 개막…개막작 ‘투란도트’ 연출
11월 19일까지 58일간 오페라 9편 무대에

오페라 연출가 플라멘 카르탈로프.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오페라 연출가 플라멘 카르탈로프.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한국 오페라가수의 목소리는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투란도트'를 연출한 플라멘 카르탈로프(74)의 말이다. 그는 19일 기자와 만나 "한국엔 오페라적인 목소리를 가진 성악가들이 풍부하다"며 "그들의 아름다운 음색이 세계의 중심에 있다는 걸 다시 한 번 실감했다"고 말했다.

플라멘 카르탈로프는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오페라&발레극장의 극장장이자 예술감독이다. 1970년 이후 유럽과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유수의 오페라극장과 페스티벌에서 180편이 넘는 오페라를 연출했다. 특히 성당의 광장이나 오래된 성, 호수 등에서 펼쳐지는 야외 오페라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는 "야외에서 펼쳐지는 공연은 주변 환경까지도 장면에 포함돼 관객에게 더욱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낀다"며 "관객은 극장 공연에선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상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가 '투란도트' 연출을 맡게 된 것은 정갑균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과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 그와 정 감독은 지난해 11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젊은 성악가들을 위한 국제 트레이닝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으로 만났다. 정 감독은 그에게 올해 대구국제오페라축제 개막작 연출을 제안했고, 그가 정 감독의 요청을 수락하면서 '투란도트' 연출을 맡게 됐다.

'투란도트'는 고대 중국 베이징의 냉혹한 공주 투란도트와, 공주의 사랑을 얻기 위해 세 가지 수수께끼에 도전하는 칼라프 왕자의 이야기다. 오페라 '토스카', '나비부인' 등을 작곡한 푸치니가 "지금까지의 내 오페라는 잊어도 좋다"고 자신했을 만큼 열정적으로 매달렸던 작품으로 유명하다. 인기 아리아로는 '누구도 잠들지 마라'(Nessun Dorma) 등이 있다.

플라멘 카르탈로프는 이번 작품에 커다란 회전무대를 도입해 강렬한 이미지를 표현한다. 그는 "오페라 연출자는 최대한 정확하게 음악을 읽고 그것을 무대 위에서 더욱 생동감 있게 바꾸는 역할을 한다"며 "투란도트가 인간애를 깨달아가는 과정과 '악을 선으로 바꾸는 힘'을 중점적으로 표현해 '사랑이 없는 삶이란 의미가 없다'는 주제가 강조되도록 했다"고 말했다.

플라멘 카르탈로프는 대구오페라하우스가 가야할 방향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미래의 관객 개발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극장은 관객을 위해 일해야 하고 관객을 감동시켜 오게끔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소피아극장은 유아, 어린이 등 연령대별로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며 "이번 축제 프로그램 중 프린지콘서트(거리 공연) 같은 경우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19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 23일부터 11월 19일까지 58일간 펼쳐진다. 23일과 24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하는 '투란도트'를 비롯해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10월 7‧8일),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편 전곡(10월 16‧17‧19‧23일),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10월 28‧29일), 로시니의 '신데렐라'(11월 4‧5일), 윤이상의 '심청'(11월 18‧19일) 등 모두 9편의 작품이 무대에 오른다.

이밖에 축제 기간 중 부대 행사로 오페라 갈라콘서트, 카메라타 창작오페라 쇼케이스, 미술관 토크콘서트, 만하임국립오페라극장 합창단 콘서트 등도 함께 열린다. 053-666-6000.

오페라 연출가 플라멘 카르탈로프.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오페라 연출가 플라멘 카르탈로프. 대구오페라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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