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로 극심한 침수 피해를 겪은 경북 포항시가 남구 상습침수구역 전체를 전면 개조하는 대규모 계획을 발표했다. 포항 도심지 일대를 감싸고 도시 외곽 배수터널을 건립하는 등 재난기반시설을 다시 뜯어 고치겠다는 복안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20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힌남노로 명확하게 확인된 더욱 강력해지고 예측 불가능한 기후위기의 근본적·항구적인 대응을 위해 '안전도시 종합계획'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포항시에 따르면 이번 태풍 힌남노로 남구 동해면 541㎜, 오천읍 509.5㎜의 누적강수량이 발생했으며, 특히 동해면 116.5㎜, 오천읍 101㎜라는 기록적인 시간당 강수량을 보였다.
무엇보다 태풍이 시작됐던 지난 6일 오전 3시부터 7시까지 4시간 동안 남구 오천읍 354.5㎜, 동해면 374.5㎜ 등 폭우가 집중됐다. 4시간 기준으로 500년 빈도 확률강수량인 189.6㎜를 2배 가까이 상회하는 유례없는 폭우이다.
당시 포항지역 앞 바다의 만조가 37㎝로 예보됐지만, 실제 이보다 1m나 높은 최고 142cm 높이의 만조가 기록되며 빗물이 바다로 나가지 못하고 피해를 더 키운 것으로 관측됐다.
이는 이상기후로 인해 재난이 더욱 커지고 잦아지는 방증이라는 것이 포항시의 설명이다. 포항지역에 영향을 준 태풍의 수는 지난 1980~1989년 5개에서 2012~2022년 13개로 260% 늘었으며, 같은 시기 강우량 역시 118.5㎜에서 165㎜로 139% 증가했다. 국립해양조사원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전국 해수면은 3.1cm 상승했으며, 포항도 연간 3.99㎜로 상승 속도가 매우 높다.
이 시장은 "이처럼 역대급 단기 집중호우가 내리며 100년 빈도 기준의 설계로 조성된 지금의 방재시설의 성능목표를 크게 초과했다. 앞으로 재난의 양상이 이제 과거 빈도에 의존해서는 실제 상황을 대비하는 데 한계가 있음이 드러났다"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포스코 등 국가 경제에 지대한 영상을 미치는 철강 기간산업을 위해 시설물 설계 성능을 최소 100년 이상 대폭 상향하는 새로운 재난방재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포항 남구지역 냉천과 칠성천의 범람으로 인근 아파트단지 지하 주차장이 잠기며 8명이 사망하고, 2천여 가구의 이재민이 발생한 피해에 대해 포항시는 총 길이 28㎞의 도시 외곽 우회 대배수터널 설치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형산강을 중심으로 남·북에 각각 하나씩 총 두개의 배수터널을 설치해 인근 산악지대에서 흐른 빗물이 하천에 집중되지 않고 바다로 흘러나갈 별도의 길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아울러 ▷연안 침수위험지역과 하천 하류지역의 침수를 막을 총연장 60㎞의 차수벽 설치 ▷빗물 수용 능력을 향상할 도심 저류지 확충 및 빗물펌프장 기능 개선 등 방재 정책의 대전환을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남구 대송면·청림동·동해면처럼 상습 침수지역에 대해서는 정밀진단 및 복구계획을 수립하고 항구적 침수피해 예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주민 이주 대책까지 추진할 생각이다.
그러나 이번 도시 개조 프로젝트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한 까닭에 재원 마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포항시 계획상 도시 외곽 우회 대배수터널에 1조3천억원, 차수벽 설치 1조2천억원, 도심 저류지 확충 및 빗물펌프장 기능 개선 3천억원, 지구단위 종합복구계획 수립 및 추진 5천470억원 등 3조원 이상이 예상되고 있다.
이를 위해 포항시는 관련 특별법을 제정하고 국비 확보를 위한 정부와의 협조 체계를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시기별 3단계로 나눠진 로드맵을 세워 '준비기(2022~2023년)'에 종합계획 수립·위원회 구성·관련 조례 제정·관련법 제정 건의·전담조직 신설 등 재원 마련 및 기본 계획을 완료하고 이후 '초기(2023~2025년)' 도심 저류지 조성·빗물펌프장 개선·항사댐 건설·지구단위 종합계획 수립·상습침수구역 이주대책 '중장기(2025~2035년)' 우회 대배수터널 설치·차수벽 설치 등을 실행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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