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제5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유영구(76)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그는 1만원 후원금을 내는 100만 명의 박정희기념재단 회원을 모집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하 박 대통령)이 5천년 가난을 몰아내고 경제기적이라 불릴만한 번영국가를 이뤄냈음에도 불구, 박 대통령을 기억하는 세대는 고령화됐고, 젊은세대는 박 대통령이라는 존재를 제대로 학습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현실속에서 100만 후원회를 통해 박정희 대통령을 다시 호명하는 작업을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불구, 자세를 시종일관 꼿꼿히 한 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임한 그는 "박 대통령의 업적을 객관적으로 짚어본다면 그 분은 우리나라를 이끈 어떤 지도자와도 비교불가하다"며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 번영의 결정타를 날린 분"이라고 단언했다. 유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2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에서 이뤄졌다.
- 기념재단을 이끌고 있다. 박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그 분의 업적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은 한마디로 깜짝놀랄만한 사람이다. 박 대통령 시절 문화재보호법이 만들어졌다.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를 외쳤던 그 분이 세계에서 가장 치밀하게 설계됐다고 평가받는 문화재보호법을 만든 것이다. 그 분은 대기업을 키워 산업화를 이뤘지만 정통자본주의 시각과는 거리가 있는 의료보험제도에다 고교평준화제도를 시행했다. 땔감이 없어 나무로 불을 때던 시기에 전국을 푸르게 만들어보자며 산림녹화사업도 했다. 산림녹화와 연계해 그린벨트 제도도 시작했다. 일본도 못한 일이다. 전국민의 1/4이 농민인데 경부고속도로를 만들겠다고 하니 야당 등 반대세력이 맹렬하게 반대했다. 농토를 늘려야지 뭔놈의 고속도로냐고. 하지만 수출물류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고속도로가 필요하다고 박 대통령은 확신했다. 바로 앞이 아닌 저 멀리를 내다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분이 박 대통령이었다.
- 최근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대통령 순위에서 1위가 노무현 전 대통령, 2위가 박정희 대통령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나?
▶어떤 업적을 갖고 있느냐로 우리 대통령들을 평가해야한다. 물론, 각 대통령 시대마다 특별한 의미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 대통령의 가치를 인정해줘야한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정말 다르지 않을까?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 부흥은 그 분의 업적이다. 그 분은 대한민국 번영의 결정타를 날려준 사람인데 이 분과 다른 누구가 비교대상이 된다는 말인가? 비교불가라는 말을 분명하게 해주고 싶다.
- 박 대통령이 탁월한 업적을 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교육의 힘이 아닐까? 이 분은 대구사범학교 출신이다. 사범학교를 졸업한 교사는 모든 과목을 학생들에게 가르칠만한 실력을 쌓아야한다. 박 대통령은 남들이 받기 어려운 다방면의 학습을 했고 이를 통해 국가마스터플랜을 짤 수 있는 지식을 쌓았을 것이다. 교사의 길을 걷다가 군문으로 들어가 실행력과 추진력도 길렀을 것이다. 다방면에 걸친 학습이 위대한 지도자 박정희를 만들었다.
- 박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많다. 우선 민주주의를 외면했다는 지적이 많은데?
▶인생을 살 때든, 국가를 운영할 때는 항상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다. 박 대통령은 우선순위를 산업화와 경제부흥에 뒀다. 중남미를 보자. 그들은 민주화를 우선순위에 뒀다. 그 결과는 경제파탄이었다. 경제부흥과 민주화를 한꺼번에 성공시킨 나라는 거의 없다. 순서가 있다. 우리는 경제부흥에 성공한 뒤 민주화도 이뤄냈다. 박 대통령의 우선순위 선택이 옳았다.
- 박 대통령에게 독재자 프레임도 씌우고 있는데?
▶오랫동안 집권해서 그럴 것인데 나는 권력욕이라기 보다는 조국 근대화를 위한 박 대통령의 계획이 있었다고 본다. 자원없는 우리나라가 1970년대 중화학공업을 육성했는데 강력한 정치권력이 적어도 10년 정도 뒷받침되지 않고는 중화학공업 육성이 불가능하다고 그 분은 봤을 것이다. 대만은 중화학공업 기반이 없다. 정치 지도자의 강한 드라이브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1980년대 초반까지 북한의 위협을 물리칠 자주국방 정책을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었다. 여러 상황을 놓고 본다면 이 분의 장기 재임은 국가발전을 위한 것이었지, 권력욕이 장기집권을 불러왔다고는 보기 어렵다.
- 박 대통령에 대한 맹렬한 비판자들에게 어떤 의도가 존재한다고 보는가?
▶공을 생각하지 않고 비판만 늘어놓는 것은 비판하는 그들의 열등감 탓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한 것이 없는데 박 대통령은 너무나 많은 일을 했던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라. 힘이 있는 나라가 적을 제압한 뒤 평화를 지키고 국가를 번영시킬 수 있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우리의 힘을 키웠고 누구도 무시할 수 없는 나라로 만들었다.
- 박 대통령을 만나본 적이 있나? 어떤 이유로 박정희기념사업에 열심인가?
▶뵌 적은 없다. 아버지(방목·邦牧 유상근 선생)가 박 대통령과 인연이 있다. 박 대통령 재임 때 국토통일원(지금의 통일부) 차관·장관을 아버지가 지내셨다. 아버지로부터 박 대통령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아버지로부터 들은 얘기 하나를 떠올려보면 국무회의 때 교통부장관이 시골 역사 재정비 방안을 보고하면서 화단에 꽃을 많이 심겠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다른 장관이 "꽃보다 콩을 심는것이 더 낫지 않느냐"고 제언했다. 교통부장관은 "콩서리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박 대통령이 나섰다. "콩서리해서 먹는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 아닙니까?" 나는 이 얘기를 전해듣고 박 대통령이 국민을 생각하는 마음이 남다르다고 느꼈다. 그의 리더십은 국민에 대한 존중이었다.
- 100만명 회원을 모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는데?
▶회원이 계속 늘고 있다. 서울 기념재단 건물에 10만명 이상이 다녀갔다. 이 곳을 경험한 분들 통해 100만명 모으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 정치권이 정신을 차려서 박 대통령, 그리고 그 분이 이뤄낸 역사를 제대로 평가한다면 더 빨리 가능해진다. 박 대통령의 성공은 그 분의 딸 박근혜 대통령의 당선으로 증명됐고 이미 평가받았다. 박 대통령을 둘러싼 온갖 헛소문이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 당선으로 루머가 해소됐고 이 선거를 통해 그 분에 대한 국민적 검증이 이뤄졌다. 지금 젊은세대가 박 대통령을 잘 모르는데 교육을 통해 극복 가능할 것이다. 그 분이 청와대에 계실때 외빈이 오지 않을때는 에어컨을 켜지 않고 부채를 들었다. 박 대통령이 서거 직전 병원으로 실려갔을 때 의사들이 놀랐다고 한다. 그 분의 남루한 허리끈 등을 보니 대통령의 행색으로 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도자로서 검소하고 청빈한 생활을 했다. 그 분이 부정축재를 하면서 딴주머니를 찬 것이 있는가? 의도적으로 박 대통령을 평가절하하는 이들이 많은데 그들은 결국 진실과의 싸움에서 패배할 것이다.
- 기념사업 추진 과정에서 아쉬운 것이 있다면?
▶박 대통령은 구미 출신이다. 지금 구미에서는 새마을운동을 소개하는 '박정희대통령 특별기획전'도 열리는 중이다. 이번달까지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몰려 기획전을 연장하는 방법도 고려중이다. 구미 박 대통령 생가에도 많은 이들의 발길이 머물고 있다. 박 대통령의 뿌리가 대구경북(TK)인데 그를 기념하는 행보에는 TK 지역민들의 호응이 생각보다 약해 솔직히 아쉽다. 박 대통령이 경제 기적을 일으킨 세계적 인물이라 고향 사람들은 한발 물러서 있겠다는 말인가? 성경을 보면 인재는 고향에서 환영 못받는다고 했는데 그런 격인가? 그래선 안된다. TK가 박 대통령의 이름을 다시 한번 크게 불러줘야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대선 후보시절 박정희기념재단에 왔는데 윤석열 정부가 나라를 위해 박정희 기념사업에 힘을 불어넣어줘야한다. 기대가 크다.
◆유영구
1946년생
경기고·연세대 법학과 졸업
미국 트리니티대 명예문학 박사, 일본 후쿠이공업대 명예박사
명지학원 이사장·LG트윈스 프로야구단 고문·한국국가기록연구원 이사장·대한체육회 부회장·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역임
현재 명지의료재단 명예이사장
체육장관표창·봉황장·국민훈장 동백장 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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