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추행 위기에 놓인 여성 피해자를 재치 있게 구해낸 대구경찰청의 구조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 주인공은 대구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에서 근무하는 정주희 경위. 그는 '대구 삼덕동'과 '여성'이라는 두 단서만으로 재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지난 5월 새벽 4시 50분쯤 대구경찰청 112상황실에 한 여성의 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여성은 친구에게 전화한 듯 "어디야? 삼덕119안전센터 건넌데, 택시 잡고 있다"면서 "흰색 구두 신고 있어서 발 아파" 등 자신의 위치와 복장을 설명했다.
정 경위는 여성의 전화를 받고 처음엔 '장난 전화'인가 의심했다. 하지만 새벽에 여성 신고자가 머뭇거린다는 점을 수상히 여겨 휴대전화 위치 추적에 나섰다. 여성의 위치는 대구 도심 한복판인 동성로 클럽 골목과 가까운 중구 삼덕동. 중부경찰서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정 경위는 해당 지역에서 자주 벌어지는 범죄 유형을 잘 꿰고 있었다.
정 경위는 "클럽 골목이 있는 삼덕동은 데이트 폭력, 성추행, 몰카 관련 신고가 많아 이런 위급 상황에 대한 훈련이 평소에 돼 있었다"며 "여성 목소리가 술에 취한 상태가 아니란 걸 직감했기에 위급 상황임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 경위의 빠른 판단으로 즉시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가해자를 강제추행 미수 혐의로 붙잡았고, 해당 여성은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최근 들어 성폭력, 데이트 폭력 신고가 증가하는 추세다. 피해 여성들은 전화를 건 뒤 아무런 말을 하지 않거나 '악' 비명만 지르고 끊는 경우도 많다.
경찰청은 말로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112'에 전화해 가볍게 숫자 버튼을 '똑똑' 누르는 '말 없는 112 신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정 경위는 위치 추적이 쉽도록 휴대전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항상 켜두고, 신고 후 전화기를 켜두기만 해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잠시 뒤 끊기는 전화가 반복되면 접수요원이 감을 잡는다"며 "신고 접수 후 GPS, 와이파이, 기지국 추적을 통해 수색에 나서는데 GPS가 켜져 있으면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난 전화를 삼가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112상황실 신고 전화는 매일 3천 건에 달하는데, 장난 전화도 상당수다. 정 경위는 "술에 취해 택시를 불러 달라거나, 위치를 잘 모르겠으니 추적해 달라는 악성 민원이 수시로 들어온다. 이런 전화 때문에 정작 위급한 신고가 빠르게 처리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안타까움을 전했다.
한편 최근 경찰청은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삼덕동 신고 전화 내용을 영상으로 제작해 게시했고,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누가 보면 장난 전화인 것 같지만 경찰이 잘 알아챘다" "자신의 위치와 복장을 정확하게 알린 신고자도 대단하다" 등의 글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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