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염치없는 두 李씨

이대현 논설실장
이대현 논설실장

염치(廉恥). 나를 돌아보고 잘못한 일에 대해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을 뜻한다. 하지만 요즘 정치인들에게 염치를 찾아볼 수 없다. 죄책감도 없고 부끄러움도 모른다. '염치 실종 시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백현동 사업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검찰에 의해 기소됐다. 검찰 공소장을 보면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때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은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업처장을 몰랐다고 한 발언이 허위라는 정황들이 적지 않다. 시장 시절 김 전 처장으로부터 대장동 사업에 대해 네 차례의 대면 보고 등 일곱 차례나 직접 보고를 받았다. 백현동 용도 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국토교통부의 협박으로 했다"고 말했지만 도리어 이 대표가 자체적으로 용도 변경 방침을 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검찰 기소에 대한 소명을 하는 대신 "권력으로 먼지를 터는 억지 기소"라고 강변하고 나섰다. 자신의 행위에 대한 해명과 반성은 찾아볼 수 없다.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김 전 처장과의 해외 출장 동영상이 공개됐는데도 이렇다 할 소명 없이 침묵으로 버티고 있다. 이 대표가 떳떳하다면 회피하지 말고 스스로 결백을 입증하는 게 마땅하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역시 염치없기는 이 대표와 매한가지다. 그는 지난 두 달간 당과 대통령을 향해 상상을 초월한 총질을 했다. 대통령을 개고기에 비유하고, 윤석열 정부를 신군부에 빗댔다. 그러나 사태를 초래한 근본 원인인 자신의 성 상납 의혹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소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마음, 염치를 찾아볼 수 없다.

맹자는 '경계하고 경계하라. 너에게서 나온 것은 너에게로 돌아간다'(戒之戒之. 出乎爾者 反乎爾者也·계지계지. 출호이자 반호이자야)고 했다. 이재명·이준석 두 사람이 지금의 처지가 된 것은 남에게서 나온 것이 아닌 자신에게서 나온 허물 때문이다.

두 사람이 나폴레옹이 남긴 경구를 되새겼으면 한다. 워털루에서 패하고 영국에 의해 세인트 헬레나에 유배됐을 때 나폴레옹은 이런 말을 남겼다. "오늘 나의 불행은 언제인가 잘못 보낸 시간의 복수다." 두 사람에게 딱 들어맞는 말인 것 같다.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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