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학입시 지원 의대·약대 쏠림, 사회의 역동성 위기 아닌가

대구권(경산 포함) 대학 7곳(경북대·계명대·영남대·대구대·대구가톨릭대·경일대·대구한의대)이 2023학년도 신입생 수시모집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의과대학, 약학대학 등 의학계열 쏠림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수 감소로 대체로 평균 지원자 수가 줄어드는 가운데에서도 의대, 약대 등이 설치되어 있는 대학교들의 경우 수시모집 평균 경쟁률이 상승하기도 했다.

서울대에 입학했다가 자퇴한 학생 수는 지난해 330명에 달해 1998년 이후 2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퇴생 대다수는 이공계 학생으로 이들 중 다수가 의대, 약대 등에 진학한 것으로 분석된다고 한다. 대입 수험생들의 의학계열 선호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전국 대학의 수시모집 집계 결과, 의학계열은 36.3대 1, 약학계열은 4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현재 집계가 진행 중인 가운데, 논술전형의 경우 전국 의대, 약대, 한의대 등이 300대 1 이상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고등학교 입시 담당 교사들은 "예전에는 자기 재능과 취향에 근거해 어떤 분야 공부를 하고 싶다는 학생들이 적지 않았는데, 요즘은 개인의 특성과 무관하게 돈을 많이 버는 분야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의·약학대학에 진학해 첨단 의료 과학을 이끌어 가겠다는 학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학생들이 졸업 후 취업이나 개업으로 돈벌이 전선으로 향하는 것이 현실이다.

대학의 모든 학과는 각각의 역할이 있다. 그럼에도 학업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의·약학대학에 몰린다는 것은 당사자에게도, 사회 전체에도 이롭지 않다. 잠재력이 높은 학생들이 '개인적 돈벌이'에 집중하는 세태, 역동성을 잃어가는 사회 흐름을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대학들도 각 단과대학의 특성과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교육과정 개발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에게 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고 대학의 경쟁력을 확장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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