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갑다 새책] 프리랜서의 자부심

김세희 지음/ 창비 펴냄

프리랜서의 자부심(김세희 지음/ 창비 펴냄)
프리랜서의 자부심(김세희 지음/ 창비 펴냄)

"올 굿은 없다. 올 굿이 아니어도 굿일 수 있다."

첫 소설집 '가만한 나날'로 제37회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김세희가 '프리랜서의 자부심'을 출간했다. 창비 출판사의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열다섯 번째 작품으로, 문예지에 발표한 단편을 일부 다듬어 경장편으로 엮었다.

이 소설은 일에 몰입해 스스로를 잃어버리고 만 프리랜서 여성 '하얀'의 분투기를 그려낸다. 주인공 하얀은 중앙일간지 기자 출신으로, 고된 직장생활과 선배와의 갈등으로 공황장애 발작을 경험한 뒤 퇴사한다. 공황장애가 잦아들 무렵 가까운 선배의 제안으로 프리랜서로 일하기 시작한다.

하얀은 희성교육대학에서 전시회 기획 업무를 맡게 된다. 전시 내용을 정리하고 전시글을 작성하던 하얀의 눈에 들어온 인물은 '최영희'라는 대학생 열사다. 그는 1987년 6월 항쟁이 일어나기 반년 전 하숙방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의 유서에는 암울한 시대를 방관하는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는 문구만 있었다.

최영희는 열사 칭호를 얻지 못했다. 그의 사인(死因)이 극단적 선택이었기 때문이다.

최영희에 대해 알아가던 하얀은 그에게 동질감을 느낀다. 그는 교사가 아니었으나 아이를 가르치는 일에 진지했다. 이는 프리랜서로 어디에 소속되지도 못하고, 자신의 이름을 남기지도 못하는 하얀과 닮아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정을 다하는 그 성격까지도.

이 과정에서 하얀은 자신의 전 직장 생활과 일을 대하던 자신의 '지나친 심각함'을 되돌아본다.

"조직 안에서 일하는 한 평가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더 잘해내고 싶은 열망, 더 잘해내야 한다는 내면의 목소리를 실망시키는 것이 내겐 몹시도 힘든 일이었다. (중략) 어쩌면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일을 너무 진지하게 여겼기 때문일지도."

소설은 우리 삶에서 일은 무엇인지, 또 인생의 충만감은 어디에서 오는지 묻는다. 나아가 일에 빠져 스스로를 잃어버렸지만 또다시 일을 통해 꿋꿋이 일어서는 주인공이 보여주는 '자부심'이라는 키워드는 주체적이고도 행복하게 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작가는 "부디 이 작은 책이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이들의 마음에 가닿기를 바란다"며 "스스로를 달래고 격려하며 자부심을 품고 일하는 모든 분들에게 응원이 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168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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