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가을과 함께 찾아온 친구 '독서'

오상국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예술진흥부장

오상국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예술진흥부장
오상국 대구문화예술진흥원 예술진흥부장

유난히 더웠던 여름이 지나고 어느새 서늘한 바람이 스친다. 계절이 바뀌면서 한동안 소식이 뜸했던 친구들과도 모처럼 안부를 나눈다. 그리고 이 계절을 더욱 반기는 친구도 찾아왔다. 바로 '독서'이다.

나의 가장 오랜 벗, '독서'는 내 영혼의 단짝이자 무엇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완벽한 존재이다. 누구나 한목소리로 말하는 배움이 많은 친구, 본받고 싶은 친구, 나에게 성찰을 주는 친구, 그야말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리고 상대에게 건강한 생활, 육체, 마음, 기억을 선물한다. 나는 늘 바쁘다는 핑계로 이 완벽한 친구와의 만남을 회피하기도 하고, 가끔 짬을 내 만나도 피곤함에 못 이겨 금방 잠들어 버렸는데, 친구는 늘 웃으면서 나를 기다려 주고 큰 선물을 안겨 준다.

독서와 친해져야 하는 이유는 수많은 연구 결과에서도 말하고 있다. 영국 서섹스대학 인지심경심리학과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독서와 산책, 음악 감상, 비디오게임 등 활동이 스트레스를 얼마나 줄여 주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6분 정도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68% 감소했고 심박수가 낮아졌으며, 근육의 긴장도 풀어졌다. 루이스 박사는 "경제 상황 등이 불안정한 요즘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욕구가 크다"라고 말하며 "무슨 책을 읽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작가가 만든 상상의 공간에 푹 빠져, 일상의 걱정 근심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으면 된다"라고 밝혔다.

또한, 영국 글래스고대학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지행동치료의 일종인 '독서요법 치료'가 가벼운 우울증 완화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일반 병원에서 우울증으로 진단받아 글래스고대학으로 넘어온 환자 200여 명을 대상으로 절반은 우울증 약을 먹게 하고, 나머지는 치료용 책을 읽도록 했다. 치료용 책에는 불면증에 대처하는 방법과 같이 우울증 환자들이 흔히 겪는 증상을 완화하는 내용들이 담겼다. 그 결과 책을 읽은 환자들의 우울증 증세가 현저하게 완화됐다.

한편, 영국 리버풀대학의 데이비스 박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문장구조가 복잡한 고전 작품이 일반 책들보다 뇌 기능을 더 높였다. 영국 리버풀대학의 데이비스 박사팀은 "셰익스피어나 윌리엄 워즈워스와 같은 고전문학 작가의 작품 원본을 읽었을 때, 뇌의 전기신호가 급증해 뇌가 더 활성화됐다"고 밝혔다.

이처럼 독서는 근력 키우기처럼 뇌를 자극해 뇌 기능을 활성화한다. 책을 통한 학습이 뇌에 적절한 자극을 주면서 정보 처리와 분석, 이해, 기억, 상상 등 다양한 영역을 발달시키기 때문이다. 뇌를 지속해서 자극하는 활동은 뇌 기능 유지에도 도움을 주기 때문에 독서는 치매나 기억력 장애 같은 뇌 질환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그런 면에서 내 책장에 꽂힌 책들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나를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마음 편한 친구가 늘 곁에 있었음을 다시금 깨닫는다. 일상에 쫓기며 스트레스 받는 나 자신을 잠시 내려놓고, 이 친구에게 기대어 쉴 수 있음에 감사하다. 평편하기만 한 인생길이 어디 있으랴. 굽고 울퉁불퉁 험한 길이라도 걷다 보면 마음의 깊이를 재면서 인생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그 의미를 찾도록 도와주는 한결같은 친구가 '독서'였다. 오늘은 누구의 방해도 없이 이 친구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눠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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