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 만에 1천400원을 뚫으며 국내 산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연속 자이언트 스텝 영향으로 환율이 오르자, 국내 기업들은 다가올 충격파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고환율은 수출기업에는 일부 매출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지만,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제품을 만드는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한미 금리 역전을 막으려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하면 금융방어력이 약한 중소기업은 고스란히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할 형편이다.
국내 산업계는 업종별로 여파를 계산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우선 국내 주력산업인 반도체 업계는 금리 인상으로 인한 업황 악화를 가장 걱정하고 있다.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올해 들어 다운사이클에 진입해 최근 가격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세계 경기를 따라가는 국내 메모리 반도체 산업 특성상 이번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업황 악화가 더 빨라질 전망이다.
지금 상황은 수출 비중이 큰 국내 완성차 업계에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자동차 할부 금리도 오르면서 현지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 위축은 미국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위기를 맞은 한국 차 수요에 더욱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막 벗어나 국제선 운항을 늘리고 있는 항공사들은 고환율에 다시금 주춤하는 모습이다. 항공사는 유류비나 항공기 리스료를 대부분 달러로 지불해야 해 고환율은 고스란히 손해로 이어진다.
배터리·석유화학 업계도 비상이다. 대규모 해외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배터리·석유화학 업계는 환율 상승이 외화 부채 증가로 이어져 손실 부담이 커졌다. 해외 신규 투자에 있어서도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이외에도 철강재 생산에 필요한 철광석 등 원재료를 수입하는 철강업계도 고환율로 비상이 걸렸다. 당장에는 수출로 환율 헤지(위험 회피)가 가능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하면 부담이 커질 것이 분명하다.
이에 국내 산업계가 받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한국 금리 인상 폭을 조절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계 경제의 최대 엔진인 미국이 흔들리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대출 비중이 높은 국내 중소기업은 또다시 높은 이자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선제적인 통화정책이 불가피하지만, 그 결과는 기업의 부담으로 이어지는 딜레마"라며 "건실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고비용 경제 상황 극복을 위한 지원방안 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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