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했다. 한일 정상회담은 2년 9개월 만이다. 대통령실은 "양 정상은 양국 관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가속화할 것을 지시키로 했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법치 등 공유하는 보편적 가치를 지켜 나가기 위해 연대해 나가는 데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윤 대통령이 회의 참석 중인 기시다 총리를 찾아가 30분간 약식 정상회담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대일 굴욕·저자세 비판을 쏟아냈지만 한일 정상이 만난 것은 바람직하다. 한일 관계를 복원시키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정상회담 성사로 이어졌다. 한일 정상이 마주 앉으면서 양국 관계 정상화를 향한 첫걸음을 뗐다. 두 정상이 한일 관계 정상화를 위해 큰 틀에서 머리를 맞대자는 데 공감을 이룬 것은 의미가 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회담은 첫발을 뗀 것에 불과하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 등 양국 간 현안을 두고는 견해차가 여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이번 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의 돌파구가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북핵 문제 등 한일 공통 관심사를 중심으로 두 정상이 앞장서 이견을 좁혀 나가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한일 관계는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보·경제·문화 등에 걸친 한일 양국 간의 관계 중요성, 북핵 위협 및 글로벌 정세 변화의 급박함을 고려하면 한일 관계 복원은 시급한 사안이다.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양 정상이 후속 조치를 신속히 진행해 실질적 성과를 도출해 내는 것이다. 당장 해결할 것은 해결하고, 이견이 첨예한 사안은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 가는 과정을 통해 한 걸음씩 전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한국에서는 죽창가식 반일(反日) 몰이, 일본에서는 혐한(嫌韓) 여론을 부추기는 행위 등 양국 관계를 경색시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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