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남편·딸 반복되는 극단적 선택 시도에 지쳐…마르지 않는 눈물

어려운 형편 속 자란 딸, 스무 살 넘자 "사는 게 너무 힘들다"
개인사업 시작했지만 번번이 실패…화재 사고로 생명 위태로워
남편은 거동 불편 우울증…두 사람 돌봐야 할 자신도 허리뼈 골절

허리 골절로 거동도 하기 힘든 최영진(67)씨와 우울증에 척추관협착증까지 온 남편 김삼진(67) 씨가 딸 전신화상으로 입원 중인 김민서(40) 씨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세연 기자.
허리 골절로 거동도 하기 힘든 최영진(67)씨와 우울증에 척추관협착증까지 온 남편 김삼진(67) 씨가 딸 전신화상으로 입원 중인 김민서(40) 씨를 떠올리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세연 기자.

추석 당일인 지난 10일, 최영진(67) 씨가 딸 김민서(40) 씨의 자취방에 홀로 멍하니 앉아있었다. 현관 입구부터 부엌까지 새까맣게 그을린 자국들이 눈에 띄었다. 무언가 타고 남은 잿더미는 욕실까지 이어졌다.

욕실에는 딸 김 씨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들이 흩어져 있었고, 김 씨가 입었던 옷가지 조각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최 씨는 전신 화상을 입고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딸이 느꼈을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했다.

그는 딸이 없는 집 안 바닥을 쓸고 닦으며 청소를 마쳤다. 그리고는 딸의 방 한가운데 주저앉아 목 놓아 울고 말았다.

◆딸에 이어 남편까지 우울증, 홀로 짊어진 삶의 무게

울산의 한 공장에서 일하던 최 씨는 중매로 남편 김삼진(67) 씨를 만나 안동에 터를 잡았다. 하지만 결혼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아들, 딸 두 자녀까지 네 가족의 생활은 늘 빠듯했다.

심지어 남편 김 씨는 술을 놓지 못하는 알코올 의존증 증상까지 보였다. 부부는 답답한 마음에 아이들 앞에서 자주 언성을 높였다.

어려운 형편에 불화가 이어지던 가정 환경 탓이었을까. 딸은 스무 살이 넘자 극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딸은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하길 멈추지 않았다. 최 씨가 딸을 붙잡고 수없이 만류했지만, 딸은 "사는 게 너무 힘들다"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어렵게 힘을 낸 딸은 개인 사업을 시작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시간이 갈수록 딸의 우울증은 더욱 심해졌고, 통풍까지 겹치면서 거동도 어려워졌다. 결국 김 씨는 기초생활수급자격을 받고 경제 활동을 중단했다.

일용직으로 일하며 생계를 잇던 남편 김 씨도 6년 전 척추관협착증으로 거동이 불편하게 되면서 일을 그만뒀다. 무력함을 느낀 남편에게도 우울증이 찾아왔다.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으면 가슴이 뛰고 불안해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김 씨도 3차례나 극단적인 선택을 반복했다.

최 씨는 딸에 이어 남편까지 우울증에 시달리는 현실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졌다. 생계를 위해 여관부터 아파트 청소까지 온갖 궂은 일도 가리지 않았다. 그러나 1년 전, 집에서 발을 헛디디며 허리뼈가 골절됐고, 그마저 하던 일들도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수술 필요한데 딸은 전신 화상 입어

최 씨는 수술을 받았지만 목발이 없이는 거동이 어렵다. 조만간 골절 수술로 고정한 철심을 제거하는 수술을 한차례 더 받아야하지만 수술비가 얼마나 나올지 가늠조차 못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지난 추석 명절 당시 딸 김 씨가 갑작스러운 화재 사고로 전신에 화상을 입고 대구의 한 화상전문병원에 입원했다. 극심한 화상을 입은 김 씨는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 이미 수술도 몇 차례 거쳤고 의식은 있지만 고개만 살짝 움직일 수 있는 정도라 사고 당시 상황도 알 수 없다.

현재 최 씨 가족은 노령연금으로 나오는 63만원과 딸에게 지원되는 기초생활수급비 70만원이 소득의 전부다. 누워있는 딸 김 씨에겐 기저귀나 일회용 패드 등 생활 위생 용품들이 계속 필요하지만 부부는 포항에서 대구를 오갈 차비조차 없다. 딸아이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도 최 씨의 언니가 차비 20만원을 줘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여기에 남편의 우울증과 척추관협착증 치료비에 최 씨 자신의 허리 수술비까지 감당해야한다. 딸 김 씨의 연이은 사업 실패로 진 빚도 2천만원이 남아있다. 최 씨는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어 없어 동네에 폐지나 고물을 모아 팔고 있다.

최 씨는 한때 활달했던 딸이 이런 지경까지 이른 것이 자신 탓인 것만 같아 하루하루 후회 속에 지내고 있다. 움직이지 못하고 입원해 있는 딸과 아픈 남편 생각에 최 씨의 눈에는 눈물이 마를 새가 없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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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뇌성마비 아이 출산 후 남편은 사망하고 시어머니 폭력에 사기까지 겪은 최세희 씨에 2,525만원 전달

교통사고 후 뇌성마비 아이를 출산하고, 남편 사망 후 시어머니의 폭력과 사기까지 당하며 홀로 아이를 돌보는 최세희(매일신문 9월 13일 10면) 씨에게 2천525만2천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빛명상본부 60만원 ▷송정택비움서예포럼 50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전시형 10만원 ▷김호근 5만원 ▷이진술 5만원 ▷강종수 3만원 ▷권규돈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박희숙 2만원 ▷서숙영 2만원 ▷신종욱 2만원 ▷김순희 1만원 ▷문민성 1만원 ▷박홍선 1만원 ▷'사랑나눔624' 10만원 ▷'김나현쌤' 7만원 ▷'따스한햇살'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해고 후 고향 돌아왔지만 생활고에 가족들의 외면까지 당한 유호준 씨에 1,839만원 성금

서울에서 해고당한 후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대구로 돌아왔지만 생활고에 가족들의 외면을 받으며 홀로 남은 유호준 (매일신문 9월 20일 10면) 씨에게 44개 단체, 129명의 독자가 1천839만5천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스마트치과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배민경) 40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백년가게국제의료기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경북장식철물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기독교대한성결교회봉산교회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경주천마자동차전문학원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삼보세라믹스(김익곤) 10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수가성(최병기) 5만원 ▷우리들한의원(박원경) 5만원 ▷이전호세무사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서성상회(박형근)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종로반점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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