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포항 힌남노 피해 재발 막으려면 상류 댐 건설해야

태풍 힌남노로 미증유의 홍수 피해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포항시가 냉천 상류 지역에 항사댐을 만드는 것을 재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상류에 댐과 같은 홍수 조절 시설이 있었다면 피해 규모를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포항에서 8명의 사망자를 내고 포항제철소 가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빚은 힌남노는 불가항력적 자연재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 탓만 할 수도 없다. 포항시는 적절한 폭우 대비를 하지 않았고 시가 벌였던 친수(親水) 사업 때문에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논란도 숙지지 않고 있다.

특히 2012년 이후 실시된 '고향의 강' 사업은 냉천을 친수 공간, 즉 시민 휴식터로 변모시켰지만 하천의 근본적 기능인 홍수 예방 기능의 약화를 불렀다. 이 사업 이후 냉천의 폭은 8~25m 정도 좁아졌고 하천 바닥도 높아졌지만 지금껏 단 한 번의 준설도 없었다고 한다. 냉천의 여러 다리들의 촘촘한 교각들도 집중호우 때 부유물을 붙들어 물 흐름을 방해했다. 1974년 포항제철소가 공장 부지 추가 확보를 위해 냉천을 우측으로 튼 이후 물길 병목현상이 벌어진 것도 포항제철소 전면 침수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냉천 전 구간 19㎞에 홍수 조절 시설물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물 흐름을 방해하는 인공물이 많아서 폭우로 인한 피해 규모가 커졌다는 진단이 나온 만큼 합당한 대책을 세워 신속히 실행에 옮겨야 한다. 그런 점에서 상류에 476만t 규모의 항사댐을 짓는 것은 실효성 있는 대책 중 하나로 보인다. 항사댐은 2017년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되다가 무산된 바 있는데, 결과적으로 아주 잘못된 결정이었다.

포항의 환경단체가 활성단층을 이유로 들어 항사댐 건설에 반대한다는데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기를 바란다. 웬만한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댐을 만드는 것이 맞지, 엄청난 홍수 피해가 현실로 나타난 마당에 활성단층 있다고 댐을 만들지 말라는 것은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포항시는 항사댐 건설을 위한 조사를 정밀하게 벌이고 관련 정보를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기 바란다. 아울러 홍수 피해를 키웠던 냉천 전 구간의 인공 시설물을 걷어내는 등 재정비 작업도 서두르기를 촉구한다. 그래야만 제2의 힌남노 피해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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