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노사 모두 환영 못 받는 휴게시설 강제 설치 법안

노동계 "소규모 영세업체는 휴게실 없어도 되나"
기업 "과태료 처분은 기업만 압박하는 제도"

지난 7월 찾은 대구 달서구의 한 건설현장. 앞으로 상시 근로자 20인 이상과 20억원 이상 공사금액을 취급하는 공사현장에선 휴게 용도의 휴게시설을 갖춰야만 한다. 면적은 최소 6㎡이며 18~28℃ 사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매일신문 DB
지난 7월 찾은 대구 달서구의 한 건설현장. 앞으로 상시 근로자 20인 이상과 20억원 이상 공사금액을 취급하는 공사현장에선 휴게 용도의 휴게시설을 갖춰야만 한다. 면적은 최소 6㎡이며 18~28℃ 사이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 매일신문 DB

대구 달서구 성서산업단지에서 의료기기를 취급하는 한 사업장은 휴게시설 설치를 두고 고민이 가득하다. 직원들이 100명이 넘어 휴게실을 설치하지 않으면 과태료 부과 대상이지만 설치할 공간이 마땅치 않다.

이곳 경영진 A(50대) 씨는 "지금도 공간이 부족해서 야단이다. 다른 공간을 줄여서 만들거나 별도로 컨테이너라도 가져와야 할 판"이라며 "근로자 복지를 위한 취지라지만 기업을 너무 압박하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달서구 한 음식점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B(30대) 씨는 휴게시설이 '다른 세상 이야기'라고 푸념했다. 근로자 10인 미만인 식당은 휴게시설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 B씨는 "식당 같은 소규모 사업장은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보니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휴게시설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장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지난달 시행됐지만 노사 모두 반발이 거세다. 사업장 규모로 적용 대상을 구분해 영세업체가 사각지대에 놓인다는 노동계의 주장과 현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사업장 측의 불만이 공존하고 있다.

2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18일부터 상시 근로자 20인 이상 사업장(건설현장은 20억원 이상 공사 금액을 취급하는 곳)은 휴게시설을 설치해야하고, 설치하지 않으면 최대 1천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전에도 휴게시설 설치는 의무였지만 처벌 규정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10인 이상 사업장이라도 청소원과 경비원 등 취약직종 2명을 고용하면 적용 대상이다.

휴게시설의 설치 및 관리 기준도 신설됐다. 휴게시설은 최소 6㎡의 면적을 충족해야 한다. 또 온도가 18~28℃를 유지하면서 냉난방시설도 필수다. 아울러 습도(50~55%)와 조명(100~200Lux)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 또한 위반하면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노동계는 소규모 사업장들이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 '반쪽'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휴게시설이 근로자 수를 고려하지 않은 채 6㎡ 이상의 면적만 갖추면 된다는 점에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과태료를 피하려고 휴게공간의 구색만 갖춘 사업장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업주는 개정법이 현실과 괴리가 크다고 반발한다. 휴게시설을 만드는 데 경제적 비용이 들고, 온도와 습도 등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장은 휴게시설 설치가 물리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6㎡라는 면적은 최소 규격이다. 사업장 특성에 따라 노사 간의 협의를 통해 면적을 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주 입장에서는 휴게시설을 갖추고 유지하는 데 추가 비용을 우려하는 경우가 있다. 내년에는 한시적으로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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