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100년 학교] 지역 3·1 운동 주도 포항면 첫 근대식 학교 '영흥초등학교'

기독교 교회 예배당서 시작돼 항일 운동에 앞장서…이명박 전 대통령 등 인물 배출

1978년 영흥초 학생들이 전국 고적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 영흥초 제공.
1978년 영흥초 학생들이 전국 고적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는 모습. 영흥초 제공.
1957년 3월 16일 영흥초 제40회(광복 후 제12회) 졸업식. 영흥초 제공.
1957년 3월 16일 영흥초 제40회(광복 후 제12회) 졸업식. 영흥초 제공.

경북 포항에 개교 100년이 넘은 학교는 여럿이지만 기독교가 세운 학교는 영흥초등학교가 유일하다. 1911년 11월 1일 대한예수교 장로회 포항교회 신도의 자녀 교육을 위해 사설 학급이 열린 것이 영흥초의 시작이었다.

교회 예배당이 교실이 되고 교장과 교감, 교사는 신도들이 각각 역할을 나눠 맡았다. 10여 명이 갑, 을반으로 구분돼 국문, 한문, 산술, 성경, 찬송가 등을 배웠다.

영흥초는 일제 강점기 속에서도 황국 신민 학교라는 명칭을 거부하고 '영흥학교'라는 이름을 유지하며 일제에 저항했다.

이런 학교였기에 경북의 3·1 운동에서도 주도적 역할을 했다. 경북의 3·1 운동은 1919년 3월 8일 대구에서 시작돼 11일 포항면으로 불길이 옮겨 붙었고, 22일 청하면과 송라면까지 번졌다. 포항면 만세운동에서 영흥초 교사들과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서 태극기를 흔들었다는 것은 지역 내 여러 사료에 기록돼 있다.

일제는 학교명도 바꾸지 않고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는 등 조선 황민화 정책에도 따르지 않자 핍박과 탄압을 일삼았고, 결국 1933년 3월 폐교 위기에 내몰렸다.

학교 존립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나타난 것은 해촌(海村) 김용주 선생이었다. 그는 배움터를 잃은 학생들에게 희망의 학교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학교를 인수했으며, 예배당에서 교육을 받는 불편함을 벗어나도록 별도의 건물을 마련했다.

광복 이후인 1946년 영흥학교가 공립이 되자 해촌은 학교 재산을 국가에 헌납해 지역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부산 지역구에서 6선을 지낸 김무성 전 국회의원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학교는 포항제철공장(현 포스코 포항제철소)이 가동되면서 학급 규모가 급속도로 팽창해 재학생이 2천명을 넘기는 등 포화상태가 됐다. 학생수가 늘자 송도분교, 대해분교, 송림분교 등 분교가 잇따라 세워졌다. 그러다 각 분교도 덩치가 커져 1970년 3월 송도분교, 4년 뒤에는 대해분교가 각각 국민학교로 독립했다. 송림분교 역시도 1980년 3월 송림국민학교로 규모가 커졌다.

영흥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배출한 학교로도 알려져 있다. 이 전 대통령은 이 학교 37회 졸업생으로, 학교 100주년 기념행사에 축사도 남겼다. 그는 축사에서 "영흥초의 지난 100년 속에는 우리의 피땀 어린 역사와 강인한 저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 100년도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의 터전으로 선진 대한민국의 초석이 돼 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전 국회의원, 이병석 전 국회의원도 역시 이 학교를 졸업했다. 이병석 전 의원은 2011년 영흥초 총동창회장을 역임하는 동안 100년 기념행사를 추진했다. 그는 학교 100년사를 발간하면서 "영흥초는 영흥인에게는 '정신의 태(胎)'를 묻은 곳이다. 경북 3·1 운동의 발상지라는 자긍심과 대통령 출신 학교라는 자부심을 가슴 깊이 새기며 다가오는 미래 100년의 새로운 영흥사를 기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교를 빛낸 동문의 이름에는 48회 졸업생인 김상기 전 육군참모총장도 올라있다.

영흥초 졸업생은 지난 1월 제105회 졸업생 29명이 배출되면서 2만499명이 됐다.

권미옥 교장은 "포항면에 세워진 포항 최초의 근대식 학교, 지역 3·1 만세 운동을 주도하며 우리나라 근대사를 이끈 학교가 영흥초"라며 "지금까지 2만여 명의 훌륭한 졸업생을 배출한 명문학교로서 교육공동체 모두가 하나 돼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도록 정성과 열정을 다하는 교육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포항 영흥초등학교 전경. 영흥초 제공.
포항 영흥초등학교 전경. 영흥초 제공.
1970년대 포항 영흥초 주변 전경. 영흥초 제공.
1970년대 포항 영흥초 주변 전경. 영흥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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