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미 증시 폭락에 '외환위기설'까지…동·서학개미들 '전전긍긍'

기관·외국인 ‘공매도 놀이터’ 된 주식시장 개인 힘 못 써
30대 직장인 미국주식 급락에 ‘발 동동’…40대 직장인 한국주식 반등 기미 안 보여 ‘우울’
당분간 호재 안 보여 더욱 막막…개미들 어쩌나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가 이날에도 외국인의
2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피가 이날에도 외국인의 '팔자' 영향으로 한때 2,200선 아래로 내려가는 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다 장 막판 낙폭을 줄여 소폭의 상승세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92포인트 오른 2,223.86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의 연이은 증시 급락에 동학·서학 개미들이 울고 있다. 제2의 외환위기설에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수입 등 달갑지 않은 소식이 쏟아지면서, 개미들은 일상생활조차 힘겨워하는 모습이다.

◆힘겨워하는 개미들

대구 직장인 A(34) 씨는 직장생활 5년 동안 모은 자산의 절반가량을 미국 주식에 투자했으나, 최근 미국 주가 하락에 계좌가 온통 파란 불이다. 나름대로 "시장에 투자한다"는 소신 있게 S&P500, 나스닥100,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등 ETF(상장지수펀드)에 투자했지만, 경기 침체 현실화에 시장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수백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 뉴욕증시는 26일(현지시간)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며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이날 S&P500 지수는 38.19p(1.03%) 내린 3,655.0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65.00p(0.60%) 내린 10,802.92에 각각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도 전장보다 329.60p(1.11%) 떨어진 29,260.81을 기록하며 약세장(베어마켓)에 공식 진입했다.

특히 이날 뉴욕증시에서 가장 대표성 있는 지수로 꼽히는 S&P500 지수의 종가는 지난 6월 16일 기록한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A씨는 "미국 증시는 아침에 성적표가 나오는데 요즘은 매일같이 지수가 떨어져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한 적이 없다"며 "주식에 들어간 자금은 내 집 마련에 필요한 돈인데, 당장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아 답답하다. 이제 와서 손절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국 증시에 투자한 개미도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대구 직장인 B(42) 씨는 6만7천원에 삼성전자 주식 1천주를 샀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등 방위산업 종목에 총액 약 1억원을 투자했으나 성적표가 신통치 못하다. 믿었던 삼전 주가는 5만4천원선까지 밀렸고 방산 관련주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도 계속해서 좋지 않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는 27일 외국인 매도세에 2년 2개월 만에 장중 2,200선이 무너지며 2,199.78까지 내려갔다. 이날 코스피는 장 막판 낙폭을 줄여 전날보다 2.92p(0.13%) 올라 5거래일 만에 간신히 반등에 성공했고, 코스닥도 전날에 이어 연저점(681.59)을 다시 썼으나 막판 반등하며 5.74p(0.83%) 오른 698.11로 마감했다.

그러나 국내 증시의 소폭 반등도 개미들의 불안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B씨는 "주식을 모르고 살다가 지난해 시장이 좋을 때 덜컥 투자해 물렸다. 국내 증시는 미국 영향을 많이 받기에 언제 회복될지도 모르겠다"며 "꽤 큰 금액이 들어갔고, 당장은 아니지만 결혼자금으로 쓸 돈인데 괜히 투자했나 싶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기관 공매도로 개미 더 허탈

문제는 당분간 개미들의 표정을 밝게 해 줄 만한 소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최근 달러화 강세로 위안화와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아시아 경제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매파적인 통화긴축을 계속하며 달러화가 초강세를 나타내는 가운데, 중국과 일본은 완화 정책을 고집하며 통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도 오름세를 지속하며 아시아 시장에서 '제2의 외환위기설'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로 막대한 수익을 내며 개미들의 힘을 빠지게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292억8천만원이던 증권사의 공매도 수수료 수입은 올해는 상반기에만 236억1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저렴한 값에 다시 사들여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내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 거래가 이뤄진 증권사는 거래 수수료를 받는다.

올해 들어 개미가 주가 하락으로 허덕일 때, 기관과 외국인은 공매도를 이용해 쏠쏠한 수익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윤영덕 의원은 "시장 변동성이 큰 경우 금융당국이 일시적으로 공매도를 중단시키는 것이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개미들의 마음을 달랠 만한 전망도 내놨다.

류명훈 하이투자증권 대구WM센터 PB 차장은 "미국 연준은 최소한 연말까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 증시 위기감이 절정에 다다르지 않을까 싶다"며 "금리가 피크를 찍었다는 신호가 나온 뒤 내년부터는 시장이 조금씩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손절이 힘들다면 인내심을 가지고 버티는 것도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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