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남는 쌀 전량 정부 매입 밀어붙이는 민주당의 ‘쌀 포퓰리즘’

더불어민주당이 과잉 생산된 쌀을 전량 정부가 매입(시장 격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소위에서 개정안을 단독 처리한 데 이어 26일 민주당 소속 소병훈 농해수위원장이 26일 개정안을 직권 상정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최장 90일간 법안을 숙의하는 안건조정위 소집을 요구해 개정안은 안건조정위로 회부됐다.

개정안의 국회 통과는 민주당의 당론이자 이재명 대표의 지시 사항이기도 하다. 소비 감소로 쌀값이 폭락하는 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그 필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남아도는 쌀을 정부가 매입하는 것만으로는 쌀 과잉 생산 문제의 근본적 해결은 난망(難望)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공공비축제가 도입된 2005년부터 작년까지 17년간 29.4% 감소한 데 비해 생산은 18.5%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런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으면 쌀 과잉 생산은 계속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재정 부담 역시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만 해도 정부 매입, 공공 비축에 1조9천억 원이 쓰인 데 이어 45만t을 사들이기로 함에 따라 1조 원이 더 들어가게 됐다.

쌀값 폭락에 따른 쌀 농가의 고통을 덜어 주는 것은 분명히 필요하다. 문제는 방법이다. 소비량 감소에 맞춰 생산량이 감소하지 않는 상태에서 정부가 남는 쌀을 모두 매입해 주는 것은 시장 상황에 신경 쓰지 않고 쌀을 계속 생산해도 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

쌀 시장 격리는 문재인 정부 때도 농민 단체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사안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응하지 않았다. 쌀 과잉 생산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이 아님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 놓고 이제 재정 부담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야당이 됐다고 쌀 시장 격리를 밀어붙인다. 너무 무책임하다. 농민 표를 겨냥한 인기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의 접근으로는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민주당은 국회 다수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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