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책] 정치적 올바름

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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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올바름(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정치적 올바름(강준만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도덕과 정의는 얼른 듣기에는 아름답지만, 그것이 현실과 동떨어질 정도로 과장되면 끝없는 분란의 씨앗이 되고 만다."

정치, 사회, 역사 등 다방면을 넘나들며 화두를 던져온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가 신간 '정치적 올바름'을 출간했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은 여성, 장애인, 빈곤층, 흑인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해 그것을 바로잡으려는 운동이나 철학을 말한다.

과거 미국의 신좌파로부터 파생된 PC 운동은 1980년대 다문화주의와 결합해 미국 각지의 대학을 중심으로 전개됐다. PC 운동은 나이에 대한 차별, 동성연애자들에 대한 차별, 외모에 대한 차별, 신체의 능력에 대한 차별, 언어적 차별 등 모든 종류의 차별에 반대했다.

근 몇 년 새 PC 논쟁은 한국 사회에도 깊숙이 파고들었다. 각종 온라인 기사 댓글창에는 PC주의자를 조롱하는 단어인 'PC충'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 영역도 광범위하다. 최근에는 싸이의 '흠뻑쇼'를 둘러싼 논쟁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올해 최악의 봄 가뭄에 온라인상에서 '워터밤 콘서트 물 300t 소양강에 뿌려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확산됐고, 자연스레 '흠뻑쇼'가 도마에 올랐다. 그러나 이 주장을 두고 일각에선 '자신의 정의로움을 어필하기 위한 PC주의자의 위선'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이처럼 PC 운동은 대개 정의에 뿌리를 두고 있어 사회 발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부작용을 초래할 때도 있다. 도덕적 우위에서 상대를 짓누르려는 태도나 자기 과시적인 측면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차별을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반대편을 멸시하는 태도는 새로운 갈등을 만들 수밖에 없다. 저자 역시 PC 운동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인 여론과 분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PC 운동의 취지와 당위성엔 동의와 지지를 보내면서도, 동의와 지지를 보낼 뜻이 있는 사람들까지 등을 돌리게 만드는 운동 방식의 문제엔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 (중략) PC 운동이 애초에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출발한 것임에도 어떤 사람들이 그 예의를 지키지 않거나 소홀히 대한다는 이유로 그들에게 너무 거친 비판을 퍼부음으로써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건 자기모순이다."

이런 이유에서 저자는 ▷자유 ▷위선 ▷계급이라는 3개의 키워드를 통해 PC의 쟁점들을 분석하며, 한국의 PC주의가 계속해서 과잉과 절제의 결여에 매몰된다면, 부정적인 여론에 의해 결국은 동력을 상실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PC주의가 우리 사회와 공생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PC의 생명은 겸손에 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PC에 관한 의견을 표명할 때에는 낮은 자세로 겸손하게 상대방의 기분을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적질'을 받고 기분 상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너무 당연하지만, 요즘 들어 쉽게 볼 수 없는 태도다. 저자는 "이 문제는 결국 역지사지의 문제로 귀결된다"며 "독선적이고 오만한 PC는 PC를 죽이고야 말 것"이라고 주장한다. 200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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