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일하면서 좋은 점은 역시 책을 많이 접한다는 것이다. 반납되는 책 중 표지가 마음에 들거나 제목이 흥미로운 것들은 눈여겨뒀다가 직접 빌려서 읽는다. 이 밖에도 독서회 운영이나 사서 추천 도서 선정 등 업무상 이유로 한 달에 1, 2권은 책을 읽게 된다.
특히 대출이 많이 되는 책과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받은 책의 경우엔 재미가 검증된 것들이 많다. 최근에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인 '김 부장 이야기' 시리즈도 그런 경우였다.
"'김 부장 이야기' 3편은 언제쯤 빌릴 수 있습니까?" 좀처럼 이용자 발길이 뜸한 사무실에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중년 남성이 찾아왔다. 도서관에 거의 매일같이 방문하는 이용자다. 새 책에 청구기호를 부여하고 라벨을 붙이는 정리 작업을 서둘러 마친 뒤 책을 자료실로 인계했다.
무슨 책이기에 사무실까지 찾아왔을까? 도서관 홈페이지에 그 책을 검색해보면 항상 대출 중이고 예약이 꽉 차 있었다. 궁금하던 차에 다른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 동기가 '김 부장 이야기'를 꼭 읽어보라며 추천해주었다.
많이 찾는 책에는 이유가 있는 법. 이용자 따라 읽은 이 책은 2시간 만에 300페이지를 완독할 만큼 읽기 쉽고 재미있었다.
이 책은 3편의 시리즈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중 1편은 제목 그대로 서울에 아파트를 소유하고 대기업에 근무 중인 김 부장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이다. 김 부장은 요즘 말로 '꼰대' 그 자체다. 권위적이고 제 잘난 맛에 사는 인물이다. 게다가 스스로 투자에 일가견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 것 하나 실속이 없다.
정장 차림에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다니는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면서 순탄하게 직장 생활을 이어가던 김 부장이 이야기가 흐를수록 온갖 곤란한 상황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게 된다. 한편으로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온 김 부장이 이해돼서 안타깝기도 하고 가족들의 도움으로 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고 힘든 상황을 이겨내는 모습에 감동하기도 한다.
김 부장 이야기 시리즈에는 김 부장 외에도 '부동산 전문가' 송 과장, '욜로(YOLO)족' 정 대리, 'MZ세대' 권 사원 등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나는 이들 중 누구와 비슷한지 공감하며 읽는 재미도 있다.
오늘도 여느 때와 같은 모습으로 도서관에 방문하는 낯익은 모습들을 마주친다. 한때 잘 나가는 김 부장, 송 과장이었을, 혹은 미래에 정 대리, 권 사원이 될 누군가가 도서관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부지런한 노력에 좋은 성과가 있기를, 마음속으로 조용히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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