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외교부 장관 해임 강행 민주당, 국민의 요구 뭔지 모르나

더불어민주당의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 건의안 의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 순방 외교 결과를 문제 삼았다지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모든 회담이 그에 걸맞은 결과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고, 이를 이유로 장관을 해임하는 건 통상적이지 않아서다. 마찰을 빚고 있는 국무위원들을 언제든 길들일 수 있다는 실력 행사로 해석하는 이유다.

169석 민주당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장관 해임 건의는 엄연한 국회의 권한이다. 그러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조문 일정 차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48초 환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30분 회담, 비속어 사용 논란 등은 아쉽게 여기고 각성을 촉구할 일이다. 상징적 정치 행위로 보는 것도 당황스럽다. 오히려 한일 정상회담 굴욕은 전형적인 남 탓이다. 위안부 합의 파기, 노노재팬, 죽창가 등 반일 선동에 적극적이었던 건 문재인 정부였다. 이를 두고 현 정부에 비판의 날을 겨누는 건 자기 눈 찌르기나 다름없다.

장관을 끌어내려 현 정부의 힘을 빼겠다는 심산이 다분해 보인다. 국회 상임위원회 파행도 거듭되고 있다. 듣고 싶은 대로 듣고,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는 쪽은 민주당이다. 보건복지부, 교육부도 수장이 비어 있다. 법무부,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 운운한 것도 불과 얼마 전이다. 이러니 국정 운영의 협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대통령이 해임 건의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곧장 장관 해임으로 이어지진 않겠지만 시류를 더 혼탁하게 만든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에 관련 공방이 일주일째다. 의석수를 앞세워 정치적 목적 달성에 급급할 때가 아니다. 그 사이 환율은 폭등하고, 금리는 고공 행진 중이고, 주가는 폭락하고 있다. 제2의 IMF 구제금융 재연을 우려하는 여론이 팽배하다. 나라 걱정은 국민들이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가 뭐였는지 명확히 밝혀 달라는 건 국민적 요구가 아니다. 민생을 읽어 정책에 반영하는 게 급선무다. 시국이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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