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MBC는 ‘언론 압박’이란 수사(修辭) 뒤로 숨지 말라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비속어 발언' 첫 보도를 한 MBC에 공문을 보내 보도 경위 설명을 요구한 데 대해 MBC가 '언론 압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26일 박성제 MBC 사장 앞으로 보낸 공문에서 '음성 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어떠한 근거로 특정하였나' '대통령실 등에 발언 취지 및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는 무엇이었나' 등 6개 항목에 대해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MBC는 "보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엄연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최고 권력기관인 대통령실에서 보도 경위를 해명하라는 식의 공문을 보낸 것은 언론 자유를 위협하는 압박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이 탄압받는 '자유 언론'이란 이미지를 조장해 의도적 왜곡이란 의심을 사고 있는 윤 대통령 발언 보도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수사(修辭)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보도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분명히 있다. 언론중재위원회다. 그러나 보도가 문제가 없다면 언론중재위로 갈 필요도 없다. 대통령실에 바로 답변하면 의심은 단번에 해소될 수 있다. 그게 혼란스러워하는 국민은 물론 누구보다 MBC 자신을 위해 좋다.

의심의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윤 대통령의 발언이 어떻게 들리는지는 전문가들도 헷갈리는데 무슨 근거로 MBC는 윤 대통령이 비속어 발언을 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느냐이다. MBC는 전문가의 판독을 구하지 않았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비속어 발언'으로 몰았다는 의심이 나오는 이유다.

둘째, 왜 외교적 파장이 클 문제의 발언이 사실인지를 대통령실에 확인하지 않았느냐이다. 이에 대해 당시 현장에 있었던 이 모 기자는 "홍보수석실에 발언의 진위와 의미를 문의했지만 명확한 설명이 없어서 기자들이 이해한 대로 보도한 것"이라고 했다. 사실이면 '언론 억압'이란 '레토릭' 뒤에 숨을 게 아니다. 그대로 대통령실에 답변하면 된다. 진위는 금방 확인된다. 기자가 발언 내용을 자의적으로 판단했다는 문제는 여전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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