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웃사랑] 남편 폭력 시달려 이혼…홀로 아들 키우다 추락사고로 만신창이

아이 데리고 도망쳐 파출부부터 식당일까지 생계 책임져
아이 크는 모습 보는 게 유일한 희망이자 행복이었는데…
철 든 아들 끼니 챙겨주고 소변통 비워주는 모습 안쓰러워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쳐 홀로 중학생 아들을 돌보고 있는 김정아(가명,47) 씨가 최근 골절상을 당하면서 거동을 할 수 없게 됐다. 김세연 기자
가정폭력으로부터 도망쳐 홀로 중학생 아들을 돌보고 있는 김정아(가명,47) 씨가 최근 골절상을 당하면서 거동을 할 수 없게 됐다. 김세연 기자

"갓 태어난 아기 등 뒤에 숨었어요. 그러면 덜 맞을까 싶어서요."

14년 전, 결혼 3년 차에 접어든 김정아(47·가명) 씨는 매일 술에 취해 욕설을 내뱉은 남편의 폭력을 감당해야 했다. 남편은 손에 잡히는 아기 장난감을 김 씨에게 마구잡이로 던지곤 했다. 이미 멍투성이인 김 씨의 몸에 날아오는 딱딱한 장난감은 너무나도 아팠다.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더 이상 폭력을 견딜 수 없었던 김 씨는 옥상 난간에 올라섰다. 그 순간 아직 갓난아기인 아들이 눈에 아른거렸다. 김 씨는 남편과 이혼한 뒤 단칸방에서 아들과의 새 삶을 시작했다.

◆가정폭력 이혼 후 홀로 아이 돌보며 갖은 일

김 씨는 어린 시절 술에 취해 어머니를 때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선명하게 기억난다. 자신에게는 자상한 아버지였지만, 어머니에게는 달랐다. 어머니는 거름 밭에 누워 "살려달라"며 김 씨를 찾곤 했다.

9살이 되던 무렵, 아버지는 병으로 일찍 세상을 떠났다. 김 씨는 20살이 되자마자 곧바로 일을 시작했다. 취업도 해보고 사업도 시작했으나 무엇 하나 쉽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김 씨가 25살이 되던 해, 줄곧 투병 중이던 어머니마저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 방황하던 김 씨는 곧 마음을 다잡고 다시 일을 시작했고, 지인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어려웠던 김 씨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그러나 그저 점잖아서 좋았던 남편의 첫 인상은 3개월 간의 연애와 함께 끝났다. 결혼 이후 남편은 김 씨에게 '부모도 없다', '결혼할 때 해온 게 뭐가 있느냐' 등 폭언을 일삼았다. 알코올 의존증이 있었던 남편은 술에 취할 때마다 김 씨를 때렸다. 결혼 1년이 지나 아들이 태어난 뒤에도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심각한 우울증으로 극단적 시도마저 서슴지 않던 김 씨는 끝내 이혼을 결심했다. 막막한 새 출발이었지만 아들 생각에 삶을 놓을 순 없었다. 파출부와 음식점 서빙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홀로서기에 성공했다. 물론 생계는 늘 힘들었지만, 아이가 크는 모습을 보는 게 유일한 행복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 소박한 행복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실직한 김 씨는 설상가상으로 지난 7월 옥상 청소를 하다 어지럼증으로 추락하는 사고까지 겪었다.

◆낙상사고 후 걷지도 못해

사고 후 김 씨의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왼쪽 갈비뼈 12개, 골반, 다리가 부러졌고 치아도 손상됐다. 3개월 가량 대학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했지만, 지금도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화장실조차 스스로 갈 수 없어 소변줄을 이용한다.

장기간 재활 치료가 필요한 부상이지만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130만원으로 한 달을 사는 모자에게 치료비를 구할 방법은 없었다.

김 씨의 마지막 희망은 아들이다. 그는 아들이 '아버지 없이 자랐다'는 소리에 상처받을까 두려워 2년 전까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도 마다해왔다.

그러나 생활비가 부족해 지인에게 빌린 돈만 1천만원이 넘는 상황에서 한창 공부할 나이인 아들의 학원비를 감당하기 어렵다. 김 씨는 일찍 철이 든 아들이 움직이기도 힘든 어머니의 끼니를 챙기고, 소변통까지 비워주는 모습이 안쓰러울 뿐이다.

종일 누워있는 김 씨는 아들 걱정으로만 하루를 지샌다. 저녁 무렵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이 밥을 먹는 모습만 봐도 그저 행복하다고 했다. 김 씨의 마지막 소망은 아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건강을 회복하고, 소일거리라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저도, 우리 아이도 그저 평범한 가정에서처럼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김 씨는 오늘도 자리에 누워 아들의 하교시간만 기다린다.

*매일신문 이웃사랑은 매주 여러분들이 보내주신 소중한 성금을 소개된 사연의 주인공에게 전액 그대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개별적으로 성금을 전달하고 싶은 분은 하단 기자의 이메일로 문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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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성금내역]

◆해고 후 어머니 간호하려고 귀향했지만 무너진 집에 생활고 겪고 있는 유호준씨에 1,924만원 전달

서울에서 해고당한 후 어머니 병간호를 위해 대구로 돌아왔지만 생활고에 가족들의 외면을 받으며 홀로 남은 유호준(매일신문 9월 20일 자 10면) 씨에 1천924만원을 전달했습니다.

이 성금에는 ▷구미현대병원 25만원 ▷㈜삼이시스템 10만원 ▷달서구약사회 10만원 ▷한은희 10만원 ▷강민주 3만원 ▷권규돈 3만원 ▷박종천 3만원 ▷이병규 2만5천원 ▷조혜란 2만원 ▷최선태 2만원 ▷권오영 1만원 ▷김균섭 1만원 ▷김종식 1만원 ▷박미화 1만원 ▷이서영 1만원 ▷이운대 1만원 ▷이현민 1만원 ▷정혜원 1만원 ▷이순덕 5천원 ▷조철제 5천원 ▷'지원정원' 3만원 ▷'무진. 청안입니다' 1만5천원 ▷'따스한햇살' 5천원이 더해졌습니다. 성금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울증으로 극단적 시도 반복하는 딸과 남편 돌보며 일하다 허리골절사고까지 당한 최영진 씨에 2,026만원 성금

우울증 걸린 딸과 남편 돌보며 청소 일하다 허리골절로 일 관뒀는데 사고로 전신화상 당한 딸까지 책임져야하는 최영진 (매일신문 9월 27일 자 10면) 씨에 52개 단체, 180명의 독자가 2천26만9천1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성금을 보내 주신 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건화문화장학재단 200만원 ▷㈜대구은행 100만원 ▷피에이치씨큰나무복지재단 100만원 ▷㈜태원전기 50만원 ▷다우약품 50만원 ▷세무법인송정 50만원 ▷스마트치과 50만원 ▷신라공업 50만원 ▷한라하우젠트 50만원 ▷㈜태린(이정훈) 45만원 ▷㈜신행건설(정영화) 30만원 ▷한미병원(신홍관) 30만원 ▷㈜동아티오엘 25만원 ▷(재)대백선교문화재단 20만원 ▷금강엘이디제작소(신철범) 20만원 ▷대창공업사 20만원 ▷대흥분쇄기(한미숙) 20만원 ▷㈜구마이엔씨(임창길) 10만원 ▷㈜우주배관종합상사(김태룡) 10만원 ▷㈜이구팔육(김창화) 10만원 ▷㈜태광아이엔씨(박태진) 10만원 ▷경주천마자동차운전 10만원 ▷김영준치과 10만원 ▷동양자동차운전전문학원(최우진) 10만원 ▷무한기술(윤종천) 10만원 ▷세움종합건설(조득환) 10만원 ▷원일산업 10만원 ▷한옥집 성서점 10만원 ▷㈜선진건설(류시장) 5만원 ▷건천제일약국 5만원 ▷느티나무한약국 5만원 ▷더샵동방부동산(박은희) 5만원 ▷명EFC(권기섭) 5만원 ▷법무사황갑용 5만원 ▷베드로안경원 5만원 ▷봉란옥(이순자) 5만원 ▷봉산교회(김명묵) 5만원 ▷세무사박장덕사무소 5만원 ▷수가성(최병기) 5만원 ▷전피부과의원(전의식) 5만원 ▷제이에스테크(김혜숙) 5만원 ▷중앙안과의원(김일경) 5만원 ▷창성공업사(남정복) 5만원 ▷채성기약국(채성기) 5만원 ▷칠곡한빛치과의원(김형섭) 5만원 ▷흥국시멘트 5만원 ▷국선도풍각수련 3만원 ▷매일신문구미형곡지국(방일철) 3만원 ▷청산(우창하) 3만원 ▷대원전설(전홍영) 2만원 ▷모두케어(김태휘) 1만원 ▷하나회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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