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노사 모두의 불만이 된 ‘휴게실 의무 설치법’

8월부터 시행 중인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일명 '휴게실 의무화법')이 노사 양쪽의 불만을 사고 있다.

개정된 '휴게실 의무화법'은 모든 사업장에 반드시 휴게실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휴게실을 설치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최대 1천500만 원) 부과 대상은 상시 근로자 20인 이상 사업장(건설 현장은 20억 원 이상 공사 금액을 취급하는 곳)과 10인 이상 사업장 중 청소원과 경비원, 전화상담원, 배달원 등 7개 취약 직종 근로자를 2명 이상 고용한 사업장에 국한된다. 현재 휴게시설이 없는 사업장 상당수가 20인 이하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반쪽 법안'이라는 말이 나온다.

최소 면적 6㎡ 이상이라는 규정도 문제다. 이 좁은 공간에서 몇 사람이 휴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남녀 휴게실을 구분해서 설치하는 문제 역시 근로자 대표와 협의하도록 돼 있어 현장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많다. 법이라는 형태만 만들었지 내용은 빈약하다는 것이다.

사용자 측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규모가 큰 회사는 문제가 없지만, 안 그래도 공간이 부족한 사업장들은 공간 확보에 애를 먹는다. 온도(18~28℃), 습도(50~55%), 조명(100~200Lux) 등 까다로운 휴게실 환경 조건을 맞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에게 휴식을 보장함으로써 사기를 진작하고 생산성도 높이자는 것이 '휴게실 설치 의무화법'이다. 하지만 근로자들은 법이 미흡하다고 불만이고, 소규모 사업자들은 부담이 크다고 호소한다.

현실과 법의 괴리는 흔하다.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한 예다. 정책을 추진하는 쪽은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면 국민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리게 될 줄 알았지만 결과는 일자리 감소였고, 국민들은 저녁거리를 찾아 헤매야 했다. 일·가정 양립과 여성 경력 단절을 막기 위한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보장 등도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아예 여성 채용을 꺼리는 경향을 보이는 것이다. 경력 단절을 막자는 제도가 경력의 시작을 막는 꼴이다.

국회의원들은 법을 발의해 만들었노라고 자랑할 것이 아니라 후속 현상을 잘 살펴야 한다. 인과관계를 면밀히 따지지 못한 법, 치밀하게 만들지 못한 법은 입법 취지와 달리 현장을 오히려 어렵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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