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10월 1일의 일이었다. 대구역 앞에서 시위하던 노동자들 가운데 한 명이 경찰이 쏜 총에 숨졌다. 이후 시위는 경북 등 전국으로 확산됐고, 경찰과 우익단체는 민간인 학살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끌려가 처형 또는 행방불명된 사람들이 많았다. 유족들은 무고한 희생이 처음 발생한 10월 1일부터 일련의 과정을 '대구 10월 항쟁'이라 부르고 있다.
지난 1일 대구 10월 항쟁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령제가 가창면 민간인 희생자 위령탑에서 열렸다. 행사 내내 눈물로 통곡한 유족들은 세상의 관심이 부족하다며 진실규명을 통한 공론화를 촉구했다.
◆ "우리 아버지들 진실규명 시급", 유족들의 절규
10월 항쟁 유족회가 주최한 이날 위령제에는 대구는 물론 청도, 영천 등지 유족 100여명이 참석했다. 위령탑으로 향하는 길목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글귀의 시들과 학살로 이어진 과정을 설명하는 피켓들이 놓였다.
이날 유족들은 10월 항쟁의 역사적 조명과 함께 진실규명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은 "10월 항쟁은 우리 민족과 민주주의가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한 역사"라며 "이는 분명 대구를 넘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역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폭력으로 아픈 기억을 가진 유족들도 나이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며 "10월 항쟁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정확한 진실규명을 통한 희생자 명예회복을 간절히 바란다"고 강조했다.
'10월 항쟁 특별법'을 제정해 진실규명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민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은 "여수‧순천과 제주 4‧3 사건은 특별법이 제정 또는 개정되면서 국가적 차원에서 희생자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과 명예회복 길이 열리게 됐다"며 "반면 10월 항쟁은 역사적 의의나 피해에 비춰볼 때 상대적으로 격하돼 있어 안타깝다. '10월 항쟁 진상 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위령제에선 예년과 달리 유족 2세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1949년 7월에 청도경찰서로 끌려갔다가 총살당한 김영호(1925년생) 씨의 손자인 김재민(43) 씨는 "후세인 우리가 잘 이어받아서 억울한 희생이 없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추모가 진행되는 동안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거나 하늘을 하염없이 쳐다보기도 했다. 특히 행사 마지막에 진행된 삼창으로 "아버지"라고 목놓아 부를 때에는 통곡에 가까운 설움을 토해냈다.
◆ 지자체 관심 기울여야한다는 지적도
예정됐던 위령탑의 제막식이 취소되자 대구시를 향한 비판도 나왔다. 위령탑은 지난 2016년 '대구광역시 10월 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근거로 2년 전 건립됐지만, 아직까지 제막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올해 3월 진실화해위의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증언 채록' 사업에 대구시가 손을 놓은 것을 두고도 질타했다. 이 사업은 희생자와 참고인 등의 증언을 토대로 녹취문과 음성을 만들어 진실규명 자료로 활용하는 데 목적이 있다. 특히 10월 항쟁 유족들이 대부분 고령이었던 만큼 해당 사업을 통해 사료를 만드는 게 절실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못했던 제막식을 올해 계획했지만 유족들이 무단으로 위령탑에 이름을 추가로 새겼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진행이 어려웠다"며 "채록 사업은 진실화해위가 갑작스럽게 제안하면서 업무적으로 난감한 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족위원회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고, 진실화해 위원회의 협조 요청이 오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조례에 맞춰서 10월 항쟁이 알려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위령제에 참석한 정근식 진실화해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70여년간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아픔을 가슴에 묻고 살아온 유족분들께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아직도 이름을 알 수 없는 희생자들이 많은데, 이를 온전하게 파악하는 일은 제2기 진실화해위원회의 몫이다. 최선을 다해 진실규명을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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