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식 건강하게 키워내는 엄마의 식단처럼…"반려동물 수제간식 안전하게 만들어요"

간식마다 알레르기 반응 달라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견주들 늘어
6개월마다 메뉴 성분 분석…비용 부담 되지만 까다로운 관리의 증거
'기미상궁' 반려견 율무가 메뉴 평가…입맛 까다로운 손님들 사로잡아

대구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문점
대구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문점 '까까집' 의 전경

어린 시절을 떠올리면 무언가를 만들고 있던 엄마의 뒷모습이 생각난다. 한 끼 그냥 대충 때우자는 아빠의 핀잔에도 엄마의 주방은 항상 달짝지근한 냄새로 가득 찼다. 깐깐하게 따져가며 고른 재료로 정성스레 만든 먹거리. 가족을 위한 건강한 식단은 엄마의 자부심이자 자식을 건강하게 키워내는 자양분이었다.

"내 새끼 먹이는 건데 아무렇게나 만들 수 있나요" 박유진 씨는 대구 중구 남산동에서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문점 '까까집'을 운영 중이다. 앞치마를 메고 닭 육수를 우려내는 그녀에게 주부 9단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런 유진 씨 옆에는 자식 같은 반려동물 율무가 자리 잡고 있다.

까까집의 주인 박유진 씨의 반려견 율무. 율무가 간식을 기다리고 있다. 율무에게 이 곳은 전용 식당과도 같다.
까까집의 주인 박유진 씨의 반려견 율무. 율무가 간식을 기다리고 있다. 율무에게 이 곳은 전용 식당과도 같다.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문점 까까집의 탄생
'까까집'이 탄생하기 까지는 유진 씨 반려견 율무의 공이 컸다. 간식마다 알레르기 반응이 다르게 나타나는 율무 때문에 유진 씨는 자연스레 강아지 영양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시중에 파는 간식들이 과연 위생적일까 라는 고민도 이어졌다. 대장균이 검출됐다느니 국내산으로 속여 판다느니. 답답한 뉴스에 이골이 난 유진 씨는 차라리 직접 만들어 먹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왕이면 제대로 만들어보자 싶어 펫푸드스타일리스트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까까집 주인 박유진 씨가 반려동물을 위한 간식을 만들고 있다.
까까집 주인 박유진 씨가 반려동물을 위한 간식을 만들고 있다.
까까집 주인 박유진 씨가 반려동물을 위한 간식을 만들고 있다.
까까집 주인 박유진 씨가 반려동물을 위한 간식을 만들고 있다.

"자격증 1,2급 모두 따고 나니 강아지 간식을 계속 만들게 되더라고요. 또 만드니까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제가 몰랐는데 강아지 음식에 소질이 있더라고요 (웃음) 제가 만든 간식이 주변 강아지들한테 호응이 좋으니까 이거 좀 욕심이 나더라고요" 손맛이 좋으니 가게를 해보라는 권유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가게를 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반려동물 수제간식점은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게에서 직접 간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판매업이 아닌 제조업에 속했다. "강아지 사료 만드는 공장이랑 똑같은 사업자를 내야 하더라고요. 환풍시설이나 배수시설을 갖췄느냐부터 오븐이나 각종 집기들이 제대로 갖춰졌는지도 점검 대상이고요.." 무엇보다 메뉴 성분 등록을 하는 것이 부담 됐다.

반려동물 수제간식 전문점을 차리려면 메뉴 성분 등록을 해야 하는데 나라에서 정해준 기관에 의뢰를 하는 방식이다. 손님에게 팔 메뉴를 샘플로 만들어 기관에 보내면 그 기관에서 단백질, 지방 등 함량 성분을 분석해서 결과지를 보내준다. 그러면 그 결과지를 시청에 들고 가등록을 해야 하는데 문제는 가게를 오픈하더라도 6개월마다 이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안들면 상관없죠. 성분 분석 의뢰하는데 150만 원. 또 메뉴 등록하는데도 십여 만 원이 들어요. 반려동물 수제 간식점이 빨리 폐업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이런 비용이 부담됐을 거에요. 하지만 그만큼 까다롭게 메뉴 하나하나를 관리한다는 거니까… 견주들은 믿고 사 가셔도 됩니다. 정말 까다롭게 관리하는 거라고요"

까까집 입구에는 먹음직스러운 간식이 진열된 쇼케이스가 자리잡고 있다.
까까집 입구에는 먹음직스러운 간식이 진열된 쇼케이스가 자리잡고 있다.

◆無 방부제, 無 색소, 無 항생제 "믿고 먹는다멍~"

까까집 입구에 전시된 간식을 가만히 살펴보니 사람 음식인지 동물 음식인지 당최 구분이 안 된다. 동물용인 걸 뻔히 알면서도 입맛을 쩝쩝 다시고 있으니 유진 씨가 슬쩍 육포 하나를 건넨다. "저희 가게 간식은 사람도 먹을 수 있어요. 한번 드셔 보실래요?" 그 말에 용기를 얻어 간식을 베어 문다.

동물용 음식에는 염분이나 조미료 등 인공첨가물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다. 사람에 비해 면역력이 약하고 소화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맹숭맹숭한 맛을 보고 나니 문득 궁금해진 사실. 간은 어떻게 보는 걸까. 싱거우면 소금을 더 뿌리고 짠 것 같으면 물을 더 부어야 하는 것이 요리의 정석이다. 하지만 반려동물 간식은 맛 자체가 없다 보니 사람이 간을 볼 수 있는 차원이 아니다. "반려동물도 입맛이란 게 있어요. 그 입맛을 공략하기 위해 우리 가게에는 시식단이 있답니다" 까까집에는 입맛 까다로운 기미 상궁 1마리가 있다. 유진 씨의 반려견 율무의 활약은 신메뉴 출신 직전에 빛을 발한다. 득달같이 달려들어 게눈 감추듯 해치우는 음식이 있다면 냄새만 맡고 휙 돌아서버리는 음식도 있다. 까다로운 시식단의 평가에 맞춰 레시피를 수정하고 보완하다 보면 반려동물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메뉴가 탄생한다.

부작용도 있다. 기미상궁 율무의 몸이 갈수록 비대해지고 있다는 점. "뚱뚱해진 율무를 보며 자연스레 다이어트에 도움 되는 간식에도 관심을 갖고 있어요. 요즘 강아지들은 너무 잘 먹어서 탈이라고 하잖아요." 율무를 위해 만든 다이어트용 간식은 비만 동물 친구들에게 단연 인기다. 깜이가 그중 하나인데 산책길에 까까집에 들려 간식을 하나둘 사 먹다 살이 쪄 버린 손님이다. 깜이도 요즘에는 살이 덜 찌고 지방분해에 도움 되는 간식 위주로 섭취하고 있다. "까까집을 찾아주는 동물손님들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간식 먹는 재미는 유지하되 살이 덜 찔 수 있는 방법을 매일 찾고 있는 중이랍니다"

반려견의 먹을거리를 직접 만들고자 하는 견주들이 늘어나면서
반려견의 먹을거리를 직접 만들고자 하는 견주들이 늘어나면서 '원데이 클래스(1일 교실)'도 인기다.

◆주인과 반려견 함께 요리! 원데이클래스도 인기
반려견의 먹을거리를 직접 만들고자 하는 견주들이 늘어나면서 '원데이 클래스(1일 교실)'도 인기다. 생일 케이크를 만들어 주고 싶은 가벼운 이유부터, 아프거나 나이가 많아 먹는 것에 주의해야 하는 반려견을 위한다는 무거운 이유까지. 구구절절 사연을 가진 반려인들이 줄을 잇는다. 많은 견주들이 인터넷상의 레시피를 따라 간식 만들기를 시도하지만 아무래도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손질방법이나 재료 관리 면에서 미흡한 부분이 많다.

반려견과 함께 즐기는 원데이클래스. 따끈따끈한 간식을 만들자 마자 바로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려견과 함께 즐기는 원데이클래스. 따끈따끈한 간식을 만들자 마자 바로 먹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까까집'은 반려견의 연령, 건강 상태, 알레르기 유무 등을 파악한 뒤 클래스를 추천하고 있다. 물론 재료도 반려동물 고객에 맞춰 조금씩 변경 가능하다. 가장 중요한 건 간편한 조리법이다. 집에 돌아가서도 레시피만 보고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쉽고 간단하게 수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건조간식이나 베이커리류는 오븐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불로 만들 수 있는 화식이나 전자레인지, 와플기계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메뉴들을 준비한다.

강아지 손님들의 특징을 눈 감고도 줄줄 읊는 유진 씨의 세심한 배려도 원데이 클래스의 인기 비결이다. "송이라는 강아지는 육류를 못 먹으니 생선이나 야채로 맛을 내는 레시피가 나오면 견주 분께 꼭 연락드리죠. 또 국밥이는 오래 씹는 음식을 좋아하더라고요. 껌이나 캐러멜 느낌의 음식을 만들 때 국밥이가 가장 먼저 생각나더라고요"

까까집의 모든 음식은 無 방부제, 無 색소, 無 항생제다.
까까집의 모든 음식은 無 방부제, 無 색소, 無 항생제다. "믿고 먹는다 멍!"

세심한 유진 씨 덕분에 강아지 고객들의 후기도 줄을 잇는다. 특히 기력이 없는 노령견이나 아파서 입맛을 잃은 강아지들이 까까집의 음식을 먹고 입맛을 되찾았다는 소식이 가장 좋다. "저희 집 강아지 율무도 아팠을 때 뭘 잘 먹지 않아서 정말 걱정되더라고요. 강아지들은 잘 안 먹으면 죽을 때가 다 됐다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그런 친구들이 제가 만든 음식을 먹고 기운을 차렸다는 소식이 무엇보다 가장 좋더라고요. 저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내 새끼 먹인다는 마음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있어요. 내새끼 한테 좋은것만 주고 싶은 마음. 이 마음 하나면 충분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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