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촉발된 '한국 경제위기설'을 두고 논쟁이 격화하고 있다. 현재 경제 상황이 계속되면 과거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같은 대형 경제위기가 터질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가운데 아직 경제위기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반박이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아시아 양대 경제 대국인 일본의 엔화와 중국의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며 1997년처럼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보도하며 경제위기설에 불을 지폈다.
일본과 중국의 통화가치 급락으로 글로벌 펀드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 전체에서 자금을 회수하면 대량 자본 이탈로 이어져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지적이었다. 외환위기로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겪은 우리나라가 화들짝 놀랄 보도였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공급망 붕괴 등 악재로 악영향을 받다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 진행되자 더욱 큰 혼란에 빠져든 형국이다.
국내 경제도 고환율·고물가·무역적자 등 악재로 복합위기를 맞은 모습이다.
미국의 긴축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를 넘어 1,500원을 뚫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제외하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선 기록은 찾기가 힘들다.
지난 6월과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0%, 6.3%로 6%대를 기록했다. 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6%대 이상을 기록한 것도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 10월(7.2%), 11월(6.8%)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무역수지도 37억7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반년 연속 적자 행진 중이다. 6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 역시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가 장기 저성장 기조로 본격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임규채 대구경북연구원 실장(경제학 박사)은 "현재 국내경제는 외환위기 당시의 고환율, 금융위기 당시의 고금리에 더해 고유가와 사상 최고치를 찍은 정부·가계·기업부채, 코로나19 충격 등 회복하기 힘든 악재가 산적한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외환위기나 금융위기보다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으며, 한국도 일본처럼 장기 저성장 기조가 본격화하고 있음은 명확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과거 위기와 비교하면 국내 외환보유액 등 대외건전성이나 유동성 지표가 양호해 경제위기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에서 경제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외부 시각"이라며 "한국은 엄청난 외환보유고가 있고 경상수지도 큰 틀에서 괜찮다. 단기적인 자본 움직임은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위기 상황의 재연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고 경제위기설을 일축했다.
다만 세계 경제가 경기 침체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만큼 좋지 않은 대외 여건이 국내로 전이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외화유동성 상황이 예상보다 나빠질 수 있어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고, 현대경제연구원도 "글로벌 공급망 경색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에너지·자원 외교를 강화해 수급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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