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전기요금 폭등으로 돌아온 문재인 탈원전 청구서

10월부터 4인 가구 기준 전기요금이 월 2천270원, 가스요금은 월 5천400원 오른다. 주택·소상공인·교육·농사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말 올해 4분기에 올리기로 확정했던 ㎾h당 4.9원보다 2.5원(평균 6.8%) 더 올렸다. 대형 제조업에서 쓰는 요금은 16.6원(17.3%) 인상하고, 중소 제조업의 전기요금은 11.9원(10%) 올렸다. 2013년 이후 9년 만에 용도별로 차등 인상을 결정한 것은,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정부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이미 고환율·고물가·고금리에 시달리고 있는 시민과 기업들로서는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전기요금 대폭등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임기 내내 요금 인상을 억제했다. 그러면서 천지 1·2호기를 비롯한 6기가와트(GW) 규모의 원전 건설을 백지화했다. 가장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며 친환경적이라는 원전을 퇴출시키려던 잘못된 정책의 결과는 참담했다. 한전은 지난해만 6조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올해에는 예상 적자가 30조 원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대폭적인 전기요금 인상은 피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이 국민 덤터기로 되돌아온 셈이다.

이뿐이 아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9년 백지화된 대진 1·2호기 건설을 위해 투입했던 69억 원을 정부에 청구한다. 천지 1·2호기 건설에 들어갔던 1천억 원 넘는 비용도 정부로부터 받을 계획이다. 월성원전 1호기 보전 비용 7천277억 원까지 합치면 벌써 9천억 원이 넘는 매몰 비용이 국민 세금으로 나갈 예정이다. 결국 이 또한 문재인 정부가 우리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터는 청구서나 다름없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 정치적 책임 이외에 법적 경제적 책임을 묻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러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법적 경제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민은 권력자의 수탈 대상도 화수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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