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천시장 이전' 洪시장 공약 '주춤'…시의회, 용역비 전액 삭감

시의회 예결위서 이전 용역비 2억원 모두 삭감
예결위원장·부위원장 "재건축 중단 설명 후 논의해야" 꼬집어
시장 상인 70% 가량 이전 찬성…市, 의회·반대 상인 설득 주력 내년 본예산에 넣어 추진키로

최근 민선 8기 출범에 맞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하빈 이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24일 대구 북구 매천동 일대 상공에서 바라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최근 민선 8기 출범에 맞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하빈 이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24일 대구 북구 매천동 일대 상공에서 바라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홍준표 대구시장이 내건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이하 매천시장) 이전 공약이 첫 걸음부터 암초를 만났다. 지난달 대구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대구시 추가경정예산안 중 매천시장 이전 타당성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비 2억원을 전액 삭감해서다.

대구시 농수산유통과는 이렇게 된 이상 내년도 본예산에 용역비를 다시 넣어 사업을 추진해보겠다는 입장이다. 대구시가 재도전에서는 시의회를 설득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끈다.

◆매천시장 이전 용역비 전액 삭감 이유는?

소관 상임위원회를 무난히 통과한 매천시장 이전 타당성 용역비가 지난달 28일 예결위에서 전액 삭감된 데는 국민의힘 소속 김재용 예결위원장(북구3)의 역할이 컸다는 게 중론이다. 매천시장이 그의 지역구에 있는 만큼 시가 이전을 전제로 한 용역 예산을 편성하는 데 잠자코 있을 순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김 위원장은 질의자로 나서서 집행부인 대구시에 매천시장 이전 용역비의 적절성을 따져 물었다. 권영진 시장 시절 결정된 현 위치 재건축 사업이 아무런 중단 근거도 없이 새로운 사업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게 타당하냐는 지적이었다.

김 위원장은 "이전을 하기 위한 용역을 하려고 한다. 재건축 진행은 중지되고, 왜 실행되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며 "종전 사업을 중지하는 근거를 만든 뒤 그것에 의해 이전이나 재건축도 논의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예결위 부위원장인 류종우 국민의힘 시의원(북구1)도 "홍 시장 말씀 한마디에 현대화사업이 '올스톱'된 거냐"며 "기존 사업 추진 과정도 늦어지고 있는데 용역까지 얹으니 전체적으로 사업이 멈출 수밖에 없는 것 같다"는 말로 호흡을 같이했다.

류 시의원 지역구는 매천시장에서 거리가 떨어진 고성동, 칠성동, 침산동 쪽이다. 하지만 김 위원장을 도와 전임 시장 때 여론 수렴을 거쳐 결정한 매천시장 현대화 사업이 미진한 점을 꼬집었다.

최근 민선 8기 출범에 맞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하빈 이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24일 대구 북구 매천동 일대 상공에서 바라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최근 민선 8기 출범에 맞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하빈 이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24일 대구 북구 매천동 일대 상공에서 바라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본예산 안은 처리에 진통 없을까?

대구 경제계와 정가에서는 "시의회가 한 번 더 실력을 행사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추경 전액 삭감으로 김재용 예결위원장 체면치레는 충분히 했다는 설명이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추경 심사를 앞두고 김 위원장이 동료 시의원들에게 한 번만 도와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안다"며 "시가 본예산 안에 매천시장 이전 용역비를 넣으면 이번처럼 반대하지 못할 거다. 당장 이종헌 정책단장을 비롯해 시장 정무라인이 시의회 설득에 매진할 테고, 의원들도 자기 지역구 사업 관련 예산이 엮인 시기라 시 입장을 존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다 세간에 '시의 비공식 조사에서 이전 찬성이 과반인 것으로 집계됐다'는 말이 떠도는 것도 시의회로선 부담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이전 반대 목소리가 잠잠한 만큼 시의회가 또다시 예산을 쳐낼 동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홍 시장이 중앙청과 등 이전 반대 법인과 중도매인 등을 불러 직접 매천시장 이전 사업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는 소문이 있다. 그리고 그 후로 매천시장 상인 사이에 이전 반대 목소리가 쏙 들어간 분위기라는 말이 돈다"고 전했다.

익명을 원한 한 시의원도 "옮기면 안 된다고 지역구에서 난리가 나야 시의원도 큰소리를 칠 수 있는데 지금 매천시장 상인 중 30%만 이전 반대론자인 것으로 안다"면서 "추경 심사가 언론의 이목을 끌었겠지만 2, 3탄이 나오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도 내년도 예산은 시의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이달 중 시의회, 매천시장 상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이전 설명회를 하는 등 설득 작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정의관 대구시 경제국장은 "기존 사업이 순환식 재건축이 아닌 경매동만 확장 재건축하고 농산동, 수산동 등 낡은 시설은 그대로 두는 방식이다. 결국 근본적인 시설 노후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 일부 전문가들도 이전이 현실적 해법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며 "이전 타당성 용역이지만 의회와 지역 주민의 우려 등을 고려해 후적지 개발 등에 대한 검토도 함께 진행하려고 한다. 이런 점을 적극 설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는 2018년 시비 895억원과 국비 180억원 등 모두 1천75억원을 들여 2026년 완공을 목표로 매천시장을 리모델링해 현대화하기로 했다. 이미 시는 경매장 재건축을 위해 425억원을 지출해 부지를 사들였고, 15억원을 들여 설계에 착수했다.

하지만 홍 시장 체제가 들어서면서 시는 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홍 시장이 지방선거 과정에서 매천시장 이전 검토를 약속한 데 이어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가 매천시장 도심 외곽 이전을 정책제안서에 담아서다.

인수위가 민선 8기 대구시정에 제안한 매천시장 이전 계획은 2033년까지 부지 29만9천㎡에 농산·수산·채소동, 집배송장, 선별장, 소포장장, 전처리시설, 급식용 재료공급센터 등 13만2천㎡ 규모 7개동 건축을 목표로 한다.

최근 민선 8기 출범에 맞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하빈 이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24일 대구 북구 매천동 일대 상공에서 바라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최근 민선 8기 출범에 맞춰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하빈 이전 가능성이 제기된 가운데 24일 대구 북구 매천동 일대 상공에서 바라본 대구농수산물도매시장의 모습.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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