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 오는 가을밤, 이문세표 발라드 선율…노마스크로 즐기니 감동도 두 배

'소녀'·'옛사랑' 등 명곡 줄줄이…1만명 흰 우비·야광봉 물결 '장관'

가수 이문세. 케이문에프엔디 제공
가수 이문세. 케이문에프엔디 제공

'비 내리는 거리에서 그대 모습 생각해 / 이룰 수 없었던 그대와 나의 사랑을 / 가슴 깊이 생각하네…·' (빗속에서)

37년 된 명곡 가사와 날씨가 이렇게 잘 어울릴 수 있을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밤, 미세먼지가 사라진 청명한 공기 사이로 감성 가득한 가락이 울려 퍼졌다.

'거리'가 아닌 '공원' 한복판이라는 점이 가사와 달랐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관객들은 투둑투둑 하고 우비를 때리는 빗소리를 박수 삼아 베테랑 가수가 뽑아내는 음절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가수 이문세가 지난 2일 서울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에서 연 야외 콘서트 '2022 씨어터 이문세 인 더 파크'(Theatre LEE MOON SAE in the Park) 현장이다.

'씨어터 이문세'는 2년마다 콘셉트가 바뀌는 이문세의 공연 브랜드. 올해는 발라드를 주요 콘셉트로 삼으면서도 야외 공연의 특징을 살려 다양한 레퍼토리를 선보였다.

이 자리는 특히 지난달 말 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지면서 약 3년 만에 '노 마스크'로 감상할 수 있게 된 첫 야외 주말 공연으로도 관심을 끌었다.

강한 장대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이날 공연에는 주최 측이 제공한 흰 우비를 입은 관객 약 1만명으로 가득 찼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흰색 야광봉을 들고 흔들며 이문세 명곡 퍼레이드를 즐겼다. 흰 우비에 흰 야광봉이 만들어낸 가을밤 풍경은 저 멀리서 빛나는 롯데월드타워와 어우러져 뜻밖의 장관을 이뤘다.

많은 관객이 마스크를 벗고 아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공연을 즐겼다. 하지만 절반 정도는 여전히 마스크를 착용하며 개인 방역에 신경 쓰는 모습이었다. 마스크를 쓴 채 공연을 즐기다가도 분위기가 후끈 달아오르면서 도중에 벗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이문세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해 남녀노소에게 사랑받는 '광화문연가'로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우수 짙은 목소리는 가을밤에 자연스레 녹아들었고, 부슬부슬 내리는 빗소리는 노래의 쓸쓸한 분위기를 배가시켰다.

그는 '옛사랑'·'빗속에서' 등 발라드 히트곡을 줄줄이 꺼내 들었고, 노래를 끝마칠 때는 마치 마에스트로처럼 한 손으로 허공을 움켜쥐었다.

이날 공연장에는 이문세가 전성기를 누린 1980∼1990년대를 공유하는 중장년층 말고도 20대 관객도 상당히 많이 찾았다. 열혈 팬이 아니라도 귀에 익을법한 '소녀', '사랑이 지나가면',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 '휘파람' 등 명곡들이 줄줄이 공연 목록에 포함돼서다.

이문세는 "그동안 잘들 지내셨느냐. 너무 감사하다"며 "우비가 다들 하얘서 마치 눈사람 앞이나 무슨 신흥 종교집단 앞에서 노래하는 것 같다"고 유쾌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는 "오늘 이 비를 뚫고 동행한 여러분의 일행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내 달라.억지로 따라 나온 가족에게도 감사와 위로의 박수를 보내달라"며 너스레도 떨었다.

이문세는 "첫 곡을 부르는 순간 심장도 막 뛰고, 울컥하고, 행복하고, 감정이 아주 복합적이었다"며 "이 비 오는 가을밤에 우리가 또 언제 발라드를 들어보겠느냐. 오늘 '2022 씨어터 이문세 인 더 파크'는 이러한 이문세표 발라드 축제"라고 소개했다.

발라드 축제라지만 이문세는 관객의 기대를 잊지 않고 기타를 메고 업템포 히트곡도 들려줬다.

'알 수 없는 인생', '깊은 밤을 날아서', '조조할인' 등이 흘러나오자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야광봉을 두 팔로 힘차게 흔들며 환호했다.

이문세는 워낙 히트곡이 많은 탓에 공연 레퍼토리에서 탈락한 '아픈 손가락' 같은 노래들도 이날 특별히 소개했다. '난 아직 모르잖아요', '사랑은 늘 도망가', '빨간내복' 등이다. 그는 아쉬워하는 관객을 위해 이들 노래 가운데 일부를 한 소절씩 '맛보기'로 들려줘 박수갈채를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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