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고환율 등 여파로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날로 커지고 있는데 국내 은행들은 손 쉬운 이자 놀이 장사로 막대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변동을 틈타 예금 금리는 눈곱만큼 올리고 대출 금리를 한껏 올리는 방식으로 손쉽게 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인 것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는 도가 지나치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이달 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무소속·비례대표)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국내 금융지주회사 수익 등 현황' 자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사는 이자 이익으로 지난 한 해 44조9천억 원을 벌어들였다. 고객의 돈을 굴려 수익을 내는 주요 은행들이 1년간 무려 수십조 원에 이르는 이자 이익을 벌어들이는 것이 우리나라 경제 규모로 볼 때 적정하다 할 수는 없다. 예대 마진 이익은 결국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지 은행들이 부가가치를 창출해서 얻은 것이 아니기에 더욱 그렇다.
같은 기간 국내 5대 금융지주사가 벌어들인 비이자 이익은 9조5천억 원이었다. 국내 은행들은 예대 마진으로 비이자 이익의 5배 가까운 돈을 벌고 있는 셈이다. JP모건체이스 같은 외국의 유명 은행들의 영업 실태를 볼 때 비이자 이익이 이자 이익보다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이익 창출 다각화와 해외영업 등이 아닌 내국인을 상대로 손쉬운 이자 장사에 몰두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IMF 외환 위기 당시 막대한 공적 연금 투입을 통해 기껏 회생시켜 놓았더니 은행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손쉬운 예대 마진 장사에 치중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 게다가 억대에 이르는 직원 연봉에다 막대한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도 은행들이 연간 수십조 원에 이르는 이익을 낸다면 폭리라고 볼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 이자 인상은 불가피하지만 이를 빌미로 은행들이 잇속을 더 챙기지 못하도록 정부와 금융 당국은 엄정히 감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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