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文 전 대통령, ‘서해 공무원 피살’ 감사원 조사 응해 의혹 소명하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해양수산부 공무원 서해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 감사원이 서면 조사를 통보한 것을 놓고 "대단히 무례한 짓"이라고 했다. 지난 7월부터 이 사건을 감사하는 감사원이 서면 조사를 통보하자 이런 반응을 내놨다.

해수부 공무원 서해 피살 사건은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 사살돼 불태워지고 억울하게 월북자로 몰린 중대 사건이다. 우리 국민이 피살·소각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신속히 제대로 대응했더라면 목숨을 구하거나, 시신이라도 찾거나 돌려받을 수 있었다. 이 사건 실체 규명은 국민적 관심사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은 감사원 서면 조사에 응하기는커녕 무례 운운하며 조사를 거부했다. 감사원에 메일을 반송하는 등 향후 조사에도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해수부 공무원 피살 사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당시 청와대는 실종됐던 공무원이 서해에서 표류하다 북 경비선에 발견됐다는 사실을 군에서 보고받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3시간 뒤 공무원이 사살됐다. 군사통신선이 막혀 대처가 어려웠다는 해명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문 정부가 근거도 없이 '월북 몰이'를 한 단서들이 발견됐다. 사건을 둘러싼 의혹이 증폭하는데도 문 전 대통령은 관련 자료를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해 15년간 공개를 막은 채 함구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이 떳떳하다면 감사원 서면 조사에 당당하게 응해 사건 진실을 밝히는 게 마땅하다. 언제 누구를 통해 사건 보고를 받았는지, 이후 어떤 지시를 했는지 등을 소명하면 될 일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정치 보복 프레임을 들고나올 것이 아니라 사건과 관련된 대통령 기록물 공개 등 실체 규명에 앞장서는 게 맞다. 국민 생명을 지키지 못한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감사원의 당연한 조사를 두고 무례한 짓이라며 조사를 거부하는 문 전 대통령과 정치 보복이라며 반발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의혹을 증폭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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