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새로운 춤 축제 기대하며

채명 무용평론가

채명 무용평론가
채명 무용평론가

지난달 25일부터 사흘간 '제8회 대구세계안무축제'(조직위원장 박현옥)가 대구예술발전소와 아양아트센터에서 각각 열렸다.

축제의 포문을 연 행사는 25일 대구예술발전소에서 열린 '2022 세계안무축제 포럼'이었다. 그것은 8년 동안 지속해 온 '대구세계안무축제'를 내년부터 '국제현대무용축제'로 변환할 당위성을 찾기 위한 자리였다. '세계안무축제'의 정신이자 창의적인 대구 현대춤의 정신과 맞닿아 있는 그 뿌리를 살펴보는 자리이기도 했다.

발제는 대구의 무용 관련 4개 대학(계명대‧대경대‧대구가톨릭대‧영남대)에서 각각 한 명씩 맡았다. '대구 춤의 정신, 한국현대무용의 발상지'라는 주제에 맞춰 김민준, 박혜진, 박수열, 김미진 등 젊은 발제자들은 대구 춤의 정신과 향방, 지역 축제의 의미, 다양한 춤의 교류를 통한 확장성 등을 모색했다. 그들의 시야로 춤이 가야 할 길을 과제로 내놓고 나름의 해법을 찾아본 포럼은 완성도를 떠나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축제에 앞선 포럼은 축제의 목적성에 대한 진단의 장이기도 하고, 젊은 춤꾼들에게는 춤의 소통에 대해 고민을 해보는 시간이기도 했다.

27일 아양아트센터 야외광장에서 열린 '파워풀 광장의 춤'은 단연 돋보였다. 축제의 흥취를 무대 밖으로 끌어내, 우리나라 전통 마당굿의 대동 화합 춤판까지 보여준 무대였다. 소통하는 즉흥 춤으로 '가을'을 표현하는 젊은 무용가들의 솜씨와 여러 장르의 춤들이 타악 팀 '원따나라'의 비트에 맞춰 춤의 고조를 조율하는 솜씨가 생생하게 눈앞에서 펼쳐졌고, 관객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다. 특히, 관객과 함께 완성한 마지막 대동의 춤판은 관객의 흥취를 한껏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같은 날 아양아트센터 아양홀에서는 '해외안무가전'이 열렸다. 무대에 오른 이스라엘 솔댄스컴퍼니(Sol dance company)는 작품 '내 인생의 시간'(Time of My Life)을 통해 냉철하게 자신을 찾아가는 조용한 탐색의 춤을 선보였다.

29일 열린 '국내안무가전'에선 현장에서 치열하게 춤을 고민하는 젊은 안무가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었다. 요즘 핫한 안무가로 꼽히는 권혁, 이준욱, 한창호, 김보라의 작품을 한 무대에서 만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다만, 적은 예산으로 하루에 풀어낸 4팀의 공연이 이틀에 걸쳐 진행됐더라면, 관객에게 그 열기를 충분히 전달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새로운 무대를 계속 이어가며, 더 나은 축제를 위한 고심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주최 측의 고단한 봉사와 열의로만 축제를 확장하기는 어렵다. 환경적인 여건 등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구시와 여러 기관의 춤에 대한 열린 인식과 지원이 보태져야 발전의 폭을 키울 수 있다.

춤꾼이나 안무가, 단체를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김상규무용상'과 '정막예술상'이 재원 부족으로 그에 걸맞은 시상을 하지 못하는 것도 축제의 숙제로 남겨져 있다. 합당한 시상은 축제의 열기를 더욱 돋우게 될 것으로 단언한다.

내년부터는 대구세계안무축제가 대구에서 시작된 현대무용의 원류를 찾는다는 의미에서 '대구국제현대무용축제'로 이름을 바꾼다. 8년 동안 역량을 다져 온 세계안무축제가 안무를 너머 대구가 시발이 된 현대춤의 정신을 이어받은 모던댄스로 확장할 2023년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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