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학살된 제주 4·3 관련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 공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제주 4·3 희생자 유족회 영남위원회 회원 26명은 대구를 찾아 삼덕교회(옛 대구형무소 터)와 가창댐 수변공원, 경산 코발트 광산 등을 방문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날 제주 유족들은 '10월 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고자 가창면 용계체육공원에 조성된 위령탑 주변에 제주 4·3 희생자들을 위한 공간이나 표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제주 4·3 유족 양성주(56) 씨는 "작은 술상이라도 차려 넋을 기릴 수 있게 용계체육공원 위령탑 근처에 작은 비석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며 "10월 항쟁과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를 위한 추모 공간인데 4·3 희생자들을 위한 표석을 세우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앞서 유족들은 이러한 뜻을 대구시에 전달했다. 지난해 제주 4·3 유족 199명은 4·3과 관련해 당시 영남 지역에서 희생된 400여 명의 이름을 새긴 추모비 건립을 요구하며 대구시에 서명을 전달했다.
이에 시는 가창면 일대 추모 공간보다는 제주 4·3 평화공원에 추모비를 건립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대구시 관계자는 "현재로선 지역 내 제주 4·3 유족들을 위한 별도의 추모 공간 조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했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 회장은 "비를 맞으며 가창댐 둑 위에서 울부짖는 제주 4·3 유족들을 보며 대구 시민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유족 중에 가창면의 흙을 퍼가서 제주도에 있는 희생자 무덤에 합토(合土)하는 분도 있을 만큼 이 지역이 갖는 의미가 크다. 대구시는 지역을 찾은 제주 4·3 유족들을 위해 제대로 된 추모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전쟁 발발 당시 대구형무소에는 1946년 대구 10월 항쟁뿐만 아니라 1948년 제주 4·3과 여수·순천 사건 관련자들이 수감돼 있었다. 제주 4·3 수감자를 비롯해 대구형무소 재소자 1천438명은 1950년 7월 두 차례에 걸쳐 군 헌병대에 인계돼 달성군 가창골과 경산 코발트 광산 등으로 끌려가 학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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