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마스크 없이 생활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팬더믹 이후 우리 일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중에서도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는 모습은 이전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었다. 3년 가까이의 '위드 코로나'는 이제 마스크가 없는 삶이 낯설게까지 느껴진다. 오히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더 어색하고 불안한 '웃픈' 현실이 됐다. 불편하지만 익숙한, 그리고 누군가에겐 멋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진 마스크에 대한 색다른 책이 나왔다.
인류 역사상 가장 기괴한 마스크는 17세기 로마를 휩쓴 흑사병 관련 자료에서 처음으로 등장한다. '새부리'처럼 보이는 보호 장비를 머리에 뒤집어쓴 의사가 묘사된 그림이 발견된다. 이 새부리 마스크는 제네바 의사 장 자크 망제(1652~1742)가 쓴 '전염병학 개론'에서 구체적으로 묘사된다.
망제에 따르면 새부리는 가죽 재질로 만들어졌으며, 콧구멍이 두 개 있어 호흡에 문제가 없었다. 또한 새부리 내부에 들어 있는 방향제가 외부의 악취 등을 걸러내 흑사병으로부터 의사를 보호했다. 또한 의사들이 걸친 긴 외투는 염소 가죽으로 만들어져 유해 물질이 달라붙는 것을 방지했다. 이처럼 당시 과학적으로 제작된 마스크와 외투는 마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으시시함을 준다.
20세기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발생한 일련의 사건은 현재 코로나19 상황을 겪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스페인 독감이 휩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시행됐고 환자수가 급감하자 당국은 마스크 의무화를 해제해버린다. 그러자 환자 수가 다시 급증했고 당국은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재도입한다. 일부 시민은 이에 반발해 '마스크 반대 연맹'을 결성하고 대대적인 항위 시위에 나선다. 하지만 이들의 시위는 의학적 이유보다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
한국에서의 마스크 도입 시기에 대한 묘사도 있다. 한국은 동아시아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 마스크를 조금 늦게 받아들인다.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에 마스크가 보급됐고, 1930년대에 이르러서야 경성의 겨울 거리에 남녀노소 마스크 쓴 사람들로 가득했다고 한다. 당시 언론은 마스크를 쓰면 남성은 유약해 보이고 여성은 예쁜 얼굴을 감추는 꼴이라면서 이들을 "보기 거북한 마스크당들"이라고 비난했다고 한다. 이때 마스크는 단순한 위생 용도가 아니라 '젠더화된 인공물'이 된다.
2020년 초 일회용 마스크가 바닥나자 일본 문부과학성은 집에서 만든 마스크 착용을 학생 등교 방침으로 세웠고 SNS에서는 손으로 만든 마스크를 자랑하는 영상이 유행했다. 마스크 노동은 이렇게 '일본 여성의 일'이 됐다. 일본 여성학자 미즈시마 노조미와 야마사키 아사코는 이를 두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센닌바리(千人針)가 떠오른다"고 했다. 당시 일본 여성들이 바느질로 부적 센닌바리를 만들어 참전 군인에 선물한 행태를 비유하며 이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비꼰 것이다.
이 책은 마스크를 질병·젠더·인종·환경·정의 등 다양한 관점에서 성찰하고 이를 둘러싼 의학·과학적 논쟁과 정치·역사적 논의를 펼쳐보인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학자인 현재환 부산대 교수와 홍성욱 서울대 교수는 국내외 전문 학자들의 11편의 논문을 엮었다. 290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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