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잘나가는 배우도 '위기의 X'처럼 (녹록지 않은) 현실을 마주해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역할에 공감했죠. 제 나이대에 할 수 있는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배우 권상우(46)가 또 한 번 자신만의 색깔을 살린 코미디 작품을 선보였다. 권상우는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위기의 X'에서 희망퇴직, 주식폭락, 집값 폭등 등으로 인생 내리막길에 던져진 'a저씨'로 분해 웃기면서도 슬픈 중년 남성의 현실을 보여줬다.
4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권상우와 극 중 그의 아내 역 미진으로 출연한 배우 임세미(35)를 만났다.
'위기의 X'는 명문대 출신의 대기업 차장으로 자존감 충만하던 a저씨가 회사에서 잘린 뒤 스타트기업에 재취업해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다.
권상우는 꼴 보기 싫은 상사 앞에 무릎을 꿇고 재취업을 위해 면접장에서 아이돌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며 능청스러운 연기를 소화했다. 원형탈모에 발기부전까지 청천벽력 같은 상황도 익살스럽게 그렸다.
그는 "데뷔 이후로 연기가 가장 늘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사실 저는 꾸준히 똑같이 해왔는데 그것들이 쌓이면서 좋은 말을 들을 때가 온 것 같다"며 웃었다.
"배우가 작품 하면서 망가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미지를 생각해 표현을 더 안 한다는 건 배우로서 바보 같은 짓이지요. 제가 예전에 멋있는 역을 안 해본 것도 아니고, (여기서 망가져도)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데 자신 있었기에 할 수 있는 건 다 했습니다."
극 중 'a저씨'는 회사에서 주식과 코인에 손을 댔다가 돈을 날리고,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 청약 당첨을 기원하는 소시민의 삶을 산다. 톱배우는 겪지 않을 위기가 아니냐는 물음에 권상우는 배우로서 나이가 들면서 비슷한 위기의 순간을 많이 겪었다고 했다.
그는 "어찌 보면 배우는 직장인보다 더 위기의 순간이 많다"며 "나한테 최고의 작품이 오지 않을 수도 있고, 작품이 망하면 비난이 쏟아지니, 작품 할 때마다 벼랑 끝에 있는 느낌도 든다. 내가 잘 나갈 때 연락 오던 명품 브랜드도 연락이 안 온다"고 털어놨다.
"나이를 먹으면서 그에 맞는 역할이 늘어날 수도 있지만, 중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 같아요.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할 것인지 그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권상우는 시청자들을 웃기다가 울릴 수 있는 작품을 만나는 것은 '축복'이라며 코미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부터 성동일과 호흡을 맞춘 '탐정: 더 비기닝'(2015), '탐정: 리턴즈'(2018), 드라마 '날아라 개천용'(2020)까지 코미디 작품을 여러편 했다. 작품이 쌓이면서 '권상우표 코미디'라는 평가도 받았다.
"배우 권상우가 하나의 장르로 불릴 수 있다는 걸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어느새 저도 모르게 '이런 장르는 내가 잘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도 생겼죠. 대본에 안 보이는 것들을 표현했을 때 좋은 반응이 오면 희열을 느껴요."
a저씨의 아내 미진 역으로 권상우와 호흡을 맞춘 임세미 역시 "코미디라는 게 웃기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누군가는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저런 사람도 있지'라고 느끼게 하는 게 코미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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