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는 남자들로 구성된 그룹이다. 나는 BTS 노래를 들은 적이 없다. 그러거나 말거나 BTS가 이룬 성과는 대단하다. 이들은 '빌보드 200' 1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3관왕,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3관왕을 달성했다. 하지만 BTS도 병역(兵役)을 피할 수 없다. 이들의 병역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부산시장이 BTS의 대체복무를 요청했다. 정부 입장이 애매하다. 국무총리가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병무청장은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대체복무는 특혜다. BTS에게 특혜를 주어야 하는가.
BTS에게 병역 특혜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는 국위 선양에 대한 보상이다. 국위 선양을 했으니 특혜를 주자는 것이다. BTS가 이미 많은 돈을 벌었기 때문에 특혜를 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BTS는 연예 활동이라는 비즈니스로 돈을 벌었다. 이에 대해 우리가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 다만, '결과적으로' 국가에 기여한 것에 대한 보상은 없었다. 하나의 보상으로서 병역 특혜를 주면 병역은 시간 낭비가 된다. 이는 병역이 국민의 신성한 의무라는 헌법적 가치에 정면으로 반(反)한다. 개병제(皆兵制)가 뿌리부터 흔들린다.
BTS가 병역 대신 연예 활동을 하면 국가에 득(得)이 된다는 주장도 있다. 자못 미래 지향적인 생각이다. 이 주장을 일반화시켜 보자. 국민 개개인이 가진 재능은 다르다. 국민은 자신의 재능에 따라 '결과적으로' 국가에 기여한다. 필즈 메달을 받은 사람은 수학 문제를 풀어서, 공을 잘 차는 사람은 축구 경기를 통해, 쇼팽 콩쿠르 대상을 받은 사람은 피아노를 쳐서 국위를 선양한다. 이들도 병역 대신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할 때 국가에 득이 된다. 그렇다면 누가 군대에 가야 하는가. 특별한 재능이 없는 사람, 국가에 별다른 기여를 못 하는 사람이 군대에 가야 하나. 어둠의 자식들이 몸으로 때우는 것이 병역인가. 푸틴(Putin)의 러시아 예비군 동원령이 이 문제를 잘 보여 준다. 금융, 정보기술, 통신, 국영 언론 근로자들은 징집(徵集)에서 제외됐다.
다른 일반화도 가능하다. 각자 잘하는 일에 전념해서 국가에 기여해야 한다면, 병역을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군대에 가야 한다. 병역에 비교우위가 있는 사람, 군대가 체질인 사람이 군대에 가야 한다. BTS가 병역 대신 연예 활동을 해야 한다면 요리사는 요리를, 용접공은 용접을 해야 한다. BTS가 군대에 가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면 요리사와 용접공이 병역을 수행하는 것도 비효율적이다. 타고난 군인이 병역을 수행해야 한다는 논리는 자연스럽게 모병제로 연결된다. BTS에게 병역 특혜를 주어야 한다는 주장의 논리적 귀결(歸結)은 모병제이다.
이런 반론이 가능하다. BTS의 성과가 일반 국민에 비해 훨씬 크니, 예외적으로 병역 특혜를 주어도 되지 않는가. 이와 비슷한 생각이 있다. 대기업 회장이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일반 국민에 비해 훨씬 크니 예외적으로 사면(赦免)해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인지 감옥에 갔던 대기업 회장들이 만기(滿期) 전에 풀려났다. 이러한 생각의 문제점은 국민을 가치 또는 효용에 따라 다르게 취급한다는 데 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소중하다. 모든 국민의 시간의 가치는 같다. BTS의 1년이 일반 국민의 1년보다 가치가 클 수 없다. 대기업 회장의 1년과 일용노동자의 1년은 가치가 같다. 아니, 같아야 한다.
유명 인사에 대한 병역 특혜는 늘 문제가 됐다. 그때마다 여론을 무마하면서 넘어갔다. 2002년 월드컵 축구 4강에 따른 병역 면제가 시작이었다.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4강에 대해서도 병역 면제가 있었다. 프로 선수들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나 올림픽 동메달을 따서 병역을 피했다. 병역 면제를 받을 때까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도 있다. 앞으로도 국위를 선양한 사람들이 많이 나올 것이다. 이들에 대한 병역 특혜는 징병제와 양립(兩立)할 수 없다. 예외 없는 원칙이 없지만, 예외가 많아지면 원칙이 무너진다. 실질적으로 개병제는 이미 무너졌다. 진지하게 모병제를 고려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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