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함께 하는 예술

백창하 연출가

백창하 연출가
백창하 연출가

"스타니슬랍스키의 배우 수업이라는 책에 가장 첫 페이지에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배우는 군인과 같은 규율 아래에 생활하여야 한다. 웃기죠? 끝 간 데 없이 자유로울 것 같은 배우에게 군인과 같은 규율이라니…. 사실, 연극은 혼자 작업하는 것이 아닌 팀플레이기 때문에 그래요."

이 이야기는 과거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존경하는 배우 최민식이 한 이야기다. 그렇다. 필자가 하는 예술 활동은 항상 단체 작업이다.

공연예술인 연극 혹은 뮤지컬은 여러 명의 배우 그리고 연출과 작가, 작곡가, 안무 감독, 미술 같은 다양한 역할을 가진 창작자들 그리고 제작 및 기획자 등 많은 사람이 함께 작업을 한다. 항상 협업의 연속인 것이다.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누군가는 대본을 써야 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해석하여 연출할 준비를 해야 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표현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의 작업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한 걸음 한 걸음을 함께 걷다 보면 비로소 결과물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좋은 협업을 위해선 여러가지 지점이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인 것은 뭐라 해도 바로 최소한의 규칙, 즉 우리 스스로 약속한 가장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예를 들면, 제작자는 예산 범위 내에서 적절한 개런티를 책정하고, 이를 꼭 지키는 것. 연출은 배우들에게 연습을 몇 회 얼마나,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 작곡이나 작가와 같은 창작자는 약속한 마감 기한을 지키는 것. 배우들은 협의한 연습 일정을 지키고, 본인들이 준비해 올 부분을 잘 준비하는 것 등.

많은 약속이 있겠지만, 언급한 내용이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 아닌가 싶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라고? 맞다. 아주 당연한 것들이다. 하지만 생각보다 지키기 쉽지 않고, 또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

사실 저 약속 중에 하나라도 지켜지지 않으면, 좋은 협업 다시 말해 좋은 공연 제작 과정을 유지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공연을 제작할 때, 위의 항목들을 잘 지키려고 노력한다. 아니 저 항목들을 무조건 지킨다. 그리고 나선, 누구와 함께 협업할지를 고민하는 편이다.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기에 하나라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일이 생기면 모두에게 피해가 간다. 그래서 공연을 제작하거나 일을 벌일 때 가장 까다롭고 예민하게 구는 부분 중 하나가 협업과 약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 즉 누구와 함께 작업하느냐이다.

물론 현재 나와 함께 작업하는 배우, 스텝들은 한두 해 손발을 맞춘 게 아니기에 당연히 이러한 문제로 걱정할 일은 없다. 약속을 지키지 않을 걱정도 없거니와, 서로 눈만 봐도 일이 척척 돌아가니 말이다.

그래서 감사하다. 훌륭한 동료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그리고 내가 제안했을 때, 두 말없이 함께해주어서. 아마 현재의 동료들도 이러한 협업과 약속에 관한 생각에 동의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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