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경비 운영 방식이 달라져 운동장 개방 시간이 변경됨을 알려 드립니다."
6일 오후 찾은 대구 동구 한 초등학교 담벼락에는 일몰 전까지만 학교 출입을 허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한 달 전 야간 당직 경비원이 퇴직하면서 더 이상 야간 개방이 불가능하다는 게 학교 측은 설명했다.
저녁 시간 학교 운동장 출입이 금지된 인근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49) 씨는 "코로나19 이후 야외 운동을 못하다가 이제 좀 걷나 했는데 개방 시간이 바뀌는 바람에 걸을 장소가 또 없어졌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학교 옆 아파트에 거주하는 강모(26) 씨 역시 "밤에 가족들이랑 운동 겸 와서 걷곤 했는데, 이제는 더 먼 곳으로 가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주민들에게 개방됐던 초등학교와 중학교 운동장이 야간 당직 제도가 바뀌면서 또다시 문을 잠그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주변에 있는 운동장을 활용하지 못했던 주민들은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크다고 입을 모은다.
6일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학교장은 각 시·도 교육청이 정한 교육 규칙에 따라 학교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주민이 학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해야 한다. 다만 방역관리·학교행사·시설공사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기간을 정해 개방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학교 경비원 야간 당직 제도가 변경되면서 퇴근 시간 이후에는 전면 폐쇄로 전환되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특히 시교육청이 지난 9월부터 24시간 숙직 근무를 제한하는 '당직 경비원 운영방식 개선안'을 시범 시행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가속화됐다.
경비원 운영방식 개선안이 적용되는 학교는 103곳으로 전체 초·중학교 358곳 중 28.7%에 이른다. 이에 따라 각 학교들은 아이들이 하교하는 오후 4시부터 경비원이 퇴근하는 오후 10시까지만 시민들에게 운동장을 개방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야간 당직 근무가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는 그대로 두고, 새로 생긴 학교나 신규 채용이 있는 학교부터 새로운 운영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특정 시간대까지는 개방하는 방향으로 협의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의 거점 역할을 하는 학교 공간은 공공시설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황정훈 미래도시교통연구원장은 "도심 내에서 학교만큼 안정되고 개방된 공간이 없고, 개방이 제한되는 것은 불합리한 점이 있다"며 "학교의 역할에 대한 논의와 함께 경비 인력을 충원해 개방 시간을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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